이 연구는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과정을 기록하고 폐쇄를 주도한 주요 행위자들의 이해관계를 통해 성매매 여성들의 위치성을 분석한다. 또한 폐쇄 과정에서 배제되고 비가시화되었던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를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이 연구의 연구 방법은 지자체의 집결지 폐쇄 과정을 담은 간행물과 수원시의회 회의록, 언론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이해관계를 탐색하였으며, 집결지 폐쇄를 직접적으로 수행한 주요행위자와 폐쇄 과정을 경험한 성매매경험당사자들과의 심층 면접을 실시하였다.
이 연구에서 집결지 폐쇄과정에서 나타난 주요행위자들의 이해관계와 역동에 따라 성매매 여성의 위치성은 변화하며, 여성들의 입장이 다른 목소리로 대체 되거나 비가시화되는 과정을 탐색하였다.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자체 및 시민사회단체는 다양한 노력으로 집결지 폐쇄를 이루었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전국 최초 '자진폐쇄'로 명명되었는데 행정이 일컫는 자진폐쇄의 의미는 '평화롭게, 물리적 충돌 없이' 즉 집결지 폐쇄를 반대하는 자들의 집단시위로 인한 위험한 사건, 사고 없이 폐쇄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사회 집결지 폐쇄 담론과 행정의 성과주의가 반영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둘째, 성매매 여성들의 위치성은 집결지 폐쇄를 주도하는 주요행위자들의 이해관계 따라 유동적이었으며, 폐쇄과정에서 위치성은 단기간 내에 급변하였다. 집결지 폐쇄정책은 성구매자 즉 수요를 차단하는 방식이 아닌, 성매매공간을 폐쇄하고 여성의 몸의 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폐쇄되어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성의 위치성은 집결지가 지속될 때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 또는 노동자로, 집결지가 폐쇄되는 과정에서 세입자, 피해자, 수혜자, 관리 대상자로 변화되었다. 또한 폐쇄 전 집결지 내 성산업을 유지하기 위한 주요 내부자로 위치 지어졌으나, 폐쇄되는 과정에서 폐쇄과정에 개입할 수 없는 외부자로 변화하였다. 여성들은 이러한 위치성의 변화 속에서도 오히려 위치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셋째, 폐쇄 과정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가 배제된 채로 폐쇄되었다. 여성들은 집결지 폐쇄를 반대하지 않았으나, 자진폐쇄의 주체는 아니었음을 주장하였다. 폐쇄과정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행위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공식적인 논의 테이블은 부재하였으며, 성매매 여성들은 그들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하기 위해 언론 인터뷰, 피켓시위를 하였으나, 여성들의 입장이 다른 의미로 변질되거나, 비가시화되었다.
연구자는 이에 따라 현재 폐쇄 과정을 겪고 있는 또는 겪게 될 타 지역 집결지의 폐쇄 과정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은 채로 내몰리거나, 여성들의 입장이 다른 이해관계자의 입장에 포함되고 가려지지 않도록 성매매 여성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식적인 논의 테이블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이 연구가 타 지역의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 처지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여성들의 목소리를 찾고, 비폭력적 성매매 중단으로 향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