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코로나19 3년 간 한국과 주요국들의 방역과 의료 대응을 비판적으로 살피고 이런 사회·정책적 대응들이 어떤 배경과 동기에서 비롯되었는지 파악함으로써 감염병 시대 인류의 생존을 위해 변화시켜야 할 사회 구조는 무엇인가를 규명하는 것이다. 특히 본 연구는 소위 'K-방역'이 과연 성공했는가를 평가하고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 어떤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지를 모색하였다.
주요 선진국들이 코로나19 초기부터 방역 대응에 실패해 감염병을 확산시켰는데, 본 연구는 이런 실패가 단순히 정책적 오판이 아니라 각국 정부가 기업의 이윤 추구를 우선시한 의도적 선택이었음을 밝혔다. 확산억제 전략을 편 나라들도 대중들의 생명보다 기업과 정부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했기에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도 권위주의적 통제에 의존해 확산을 억제했을 뿐 그 고통을 노동자·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했다. 사회정책은 부재했고, 재정지출은 최소화했으며, 불평등한 거리두기와 저항에 대한 탄압으로 오히려 고통을 키우고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이런 정책이 대중에 강한 불만으로 이어지자 정부는 생명을 포기하는 방역완화로 대응했다. 그 결과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낮지 않은 수준의 초과사망자 발생을 초래하였다.
주요국들은 지난 수십 년간의 신자유주의적 긴축과 민영화로 공공의료 역량을 훼손해왔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민간의료기관들은 팬데믹 상황에서도 감염병 환자 진료 등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보다는 영리 추구에 몰두하며 사회적 재난을 심화시켰다. 한국은 전체 병상 수는 세계 최다 수준이었지만 공공병상이 가장 적은 국가여서 의료대응에 실패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수의 감염병 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적은 수의 공공병원 중심으로 대응했기에 살릴 수 있는 환자들이 희생되었고 사회적 약자들은 의료공백에 방치되었다. 한국의 민간의료기관들도 팬데믹 기간 대체로 감염병 환자 진료가 아닌 수익추구 행위를 계속했고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지 않았다.
이 연구는 팬데믹 기간 등장한 '방역과 경제 사이 균형잡기'라는 부적절한 논의 틀을 비판하고, 충분한 재정지출과 사회정책으로 사람들의 생명과 생계 모두를 지키는 대안이 필요하고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또 아플 때 쉴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적 사회안전망과, 주거, 교육, 돌봄 등에 대한 국가 투자와 사회 공공성 강화를 통한 불평등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이 연구는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공공의료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밝힌다. 반복될 생태재난과 감염병 위기에 사회운동은 이런 사회변화의 과제를 중점에 두어야 한다. 연구는 또한 각국의 잘못된 방역·의료 대응을 낳은 기제에 긴축과 민영화라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있고 더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맹목적 이윤 추구라는 동학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구조가 있다는 점을 밝히며, 감염병 시대의 당면 과제를 성취하기 위한 투쟁은 그 근본적 원인에 도전하는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결론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