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발 후 여성 청년의 자살시도율이 상승하며, 이들의 우울증상 경험률과 자살률에 관한 관심이 본격화되었다. 하지만, 여성 청년의 삶은 다각도로 다뤄지지 않은 채, 질병적 접근에 한정되어 이들의 삶을 감싸고 있는 다양한 의제들이 가려진다. 본 연구는 여성 청년의 삶을 '고립'을 주제로 분석하여, 이들의 일상과 사회적 관계, 일자리, 그리고 희망하는 미래의 모습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20~34세 여성 10명의 고립 경험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고립은 우울 및 자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인터뷰 참여자 중 5명은 고립 당시 자살을 생각했다고 밝혔으며, 참여자들은 우울과 같은 정신적 어려움과 고립을 분리된 개념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둘째, 여성 청년은 대체로 진로를 탐색하는 단계에서 큰 혼란을 겪으며, 안정적 일자리에 진입하지 못해 단기 일자리를 반복했다. 일자리와 일자리 사이에 겪는 '수입과 할 일이 없는 상태'는 기존의 사회적 관계와 결합해 '고립'으로 이어진다. 셋째, 가족과 동거하는 여성 청년의 고립 가능성과 취약성을 발견했다. 가족과 동거하는 여성 청년은 기존 고립 연구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참여자 중 가족과 동거하면서도 고립을 경험한 여성 청년은, 동거 가족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했으며 식사와 같은 일상적 돌봄도 받지 못했다. 즉, 동거 가족의 유무는 고립 당사자의 일상적 행위를 보장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청년에게 가족 배경은 삶의 전반을 아우른다. 그중에서도 이들이 가족 내에서 경험한 가부장적 억압은 어려운 상황에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말하기'의 어려움은 여성 청년의 공통적인 경험이다. 이들은 자신의 어려움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며,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민폐'라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가장 의미 있는 존재는 친구와 애인이었다. 친구와 애인은 여성 청년이 자신의 어려움을 말할 수 있는 가장 친밀한 존재이다. 따라서, 친구와 애인을 통해 고립상태를 벗어난 사례도 있지만, 같은 이유로 친구와의 관계단절 그리고 애인과의 이별은 고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성 청년은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주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정책이나 취미활동을 '활용'한다. 문제는, 여성 청년에게 고립은 반복되는 경험이라는데 있다. 여성 청년 개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실업, 중요한 관계의 상실, 그리고 정서적 어려움 등이 발생한다면 이들은 다시 고립될 수 있다. 반면, 고립 시기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할 수 없었던 여성 청년은 누군가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면 깊이 공감하여 기꺼이 도움을 주고자 한다. 즉, 이들에게 공감은 타인에게 주고 싶은 것이자 받고 싶은 것이며, 고립의 진정한 예방책이자 해결책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는 우리 사회에서 왜 여성 청년이 말하지 못하는 위치에 놓여있는지를 반복적으로 질문한다. 인터뷰에서 드러난 여성 청년의 경험은 이들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할 뿐만 아니라, 여성 청년이 경험하는 차별과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여성 청년이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취한 전략과 희망하는 미래의 모습은 이들의 주체성을 포착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사회적 지원의 형태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여성 청년이 경험하는 젠더적 억압이 이들의 고립에 핵심적인 기제로 작용함을 밝혀냈다는 것에 이 연구의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