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중국의 전국시대에 생존하면서 공자의 학문 정신을 현실 가운에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순자의 정치사상에 관해 논구한 것이다. 순자는 '수기치인', '내성외왕'이란 유학의 정신을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한 유학자였다. 그는 이상주의적 성향을 지닌 맹자와는 달리, 현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한 입장에서 유학의 정신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순자의 정치사상이 설립된 배경을 일별하고, 순자가 꿈꾼 이상국가의 모습을 확인하며, 그러한 이상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살펴보며, 그러한 방안이 어떤 현대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논의를 진행하였다.
먼저 순자가 생존한 당시 정치사회적 혼란이 극심하고, 그 상황이 순자의 정치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근거하여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살펴보았다. 당시는 급속한 신분변화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군공작제에 따른 신분 변화가 이루어지고 직업적인 관료계층이 새롭게 출현하고, 실무적인 행정력과 정치적인 식견을 갖춘 인재가 등장하였다.
다음으로 순자가 꿈꾸었던 이상국가의 모습은 정령과 제도가 올바로 시행되고, 예의도덕이 실현되며, 각 구성원들이 자신의 본분을 충실히 이행하는 국가였다. 특히 순자는 어떤 착취도 존재하지 않고, 모든 사회적 재산이 공유되며, 만민이 노동하고, 천하를 공기로 삼으며, 정치적 안정, 경제적 부강과 더불어 예의염치가 살아있는 도덕국가였다. 논자는 이러한 이상사회의 모습을 '군거화일'의 사회, '부국강병'의 국가, '지평지세'로 규정하였다.
순자는 자신의 정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치적 조치와 경제적 조치, 도덕적 조치라는 세가지 방안을 내놓았는데, 여기에는 왕권 강화, 법과 제도의 정비, 생산의 증대, 소비의 절약, 예악의 실현 등에 대한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정치적 조치에서는 군주의 권한의 강화, 유능한 재상의 선발, 어진 인재의 등용을 강조하였다. 신하의 선발을 강조한 부분에서는 신하가 국사를 처리하고 나라의 치란을 결정할 수 있는 존재라고 보아, 덕과 능력의 겸비를 강조하였고, 선발된 신하를 잘 활용하기 위해 군신관계도 중시하였다.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경제분야에서의 조치도 강조하였다. 이것은 경제 분야가 정치분야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치가 혼란해지면 경제적 여건이 악화되고,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 정치상황도 혼란해진다고 보았다. 이 때문에 생산을 늘이고, 소비를 줄이는 방안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교육적 조치를 언급한 부분에서는 예와 악을 핵심어로 간주하였다. 예를 국가의 근본이자 정치의 핵심이라고 여기고, 국가의 안정과 혼란을 예의의 실현 여부로써 판단하였다. 예와 더불어 음악을 강조하였다. 예가 인간관계를 구분시켜주는 공효를 지닌 반면에, 악은 우리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출하게 하고 인간관계를 조화시켜주는 기능을 한다는 점을 들어 음악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순자의 정치론은 오늘날 사회분야, 정치분야, 교육분야에서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순자가 강조한 예와 법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법은 일관성, 적시성, 안정성, 간명성, 엄숙성을 지닐 때 제 기능을 발휘하고 효과를 드러낼 수 있다고 보았다. 법이 적절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적용되며 간단명료하게 적시되고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인지할 수 있을 때 그만큼 더 잘 준수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국가의 안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정치 분야의 시사점으로는 인재를 초빙하거나 채용할 때 인품과 능력을 높힌 것을 들 수 있다. 어질고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며, 그 사람의 능력에 걸맞는 직무를 부여하며, 채용한 뒤에도 아랫 사람을 예의로써 대하고 군자와 신하 간의 소통을 중시해야 한다고 하였다.
교육 분야에서는 본성을 교정하고 덕을 기르며 마음을 함양하려면 성실함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현대 교육에서 무시되고 있는 정서교육을 강조한 것 역시, 현대 교육에서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순자는 기본적으로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부강하며, 윤리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한 국가를 추구하였고, 여기서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확고한 군주의 권한이라고 보았다. 군주가 권력을 확고히 가릴 때 법률과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고 그럴 때만 순자가 꿈꾸는 이상사회, 나아가 유가적 이상사회가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순자는 군주의 강력한 통치력을 강조하면서도 군주와 신하의 상호 신뢰관계에 근거하여 상호 교감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순자 사상이 법가 사상과 차이점이다. 법가는 군주의 권력을 절대화하고, 그 권위에 대한 부정을 용납하지 않지만, 순자는 군주와 신하의 상호 협치를 강조했다. 나아가 순자는 궁극적으로 군주의 권력의 확립을 통해 사회적 안정을 성취하고 인정이 살아 숨쉬는 사회를 실현하고자 노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