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격한 사회적 변화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가 되면서 적응에 대한 부담을 증가시킨다. 심리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가중된 변화에 대한 적응의 대처능력에 비하여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체계는 아직 잘 구비 되어 있지 못한 상황이다. 즉 핵가족화나 1인 가구의 증가는 실질적으로 가정 내에서 지원과 지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런 점에서 아동에서 노인까지 돌봄이 필요한 다양한 집단의 정신적인 문제 뿐 만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좌절 등으로 인하여 청소년 및 청년들의 정신적 문제 또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심리치료 및 정신장애 등 정신적 문제로 인하여 병원이나 상담 관련 기관 등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따라 개인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특히 심리적인 측면에서 상담이나 심리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가고 있다. 현재까지 인간의 심리적 · 정신적 문제를 다루는 다양한 심리이론과 기법들이 발달되어 있으며 정신장애의 유형에 따라 다양한 심리기법들이 활용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은 누구나 외롭다. 가족, 부부, 친구 관계에서조차도 근본적인 외로움은 떨쳐버리기 어려운 문제이다. 특히 우울증은 '정신과의 감기' 라고 여겨 질 만큼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찾아오기 쉬운 문제이기는 하지만 초기에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고 우울한 기분, 슬픈 기분 등의 감정적인 면의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은 일반인이 자각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인간의 고독이라는 문제를 한 개인이 풀기보다는 '인간은 사회적 존재' 라는 것으로 집단 안에서 함께 풀어가는 방식이 사이코드라마이다.
사이코드라마는 마음(psyche)과 연극(drama)이 만나서 이루어진다. 의료현장에서는 '정신치료극' 이라는 이름으로 건강보험 수가가 등재된 집단정신치료(group psychotherapy)로 알려져 있으며, 일반 대중에게는 심리극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게 알려진 것이 사이코드라마이다. 사이코드라마는 내담자의 정서적인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상담에서 활용하는 방법의 하나로써 Moreno의 이론, 철학, 방법에 근거하여 내담자의 문제를 행위화 하여 해결책을 찾아가는 집단상담의 한 접근이다(Blatner, 1996, Fine, 1979, Kellerman, 1992).
사이코드라마는 언어로 진행되는 상담이 아닌 연극적인 형태로 주인공의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 상황을 장면으로 만들고, 몸으로 직접 표현하면서 나를 실현하여 깊은 정서 경험을 체험하고 인지적 변화까지 경험하는 심리치료 방법이다. 사이코드라마는 여러 장면과 역할 기법으로 진행된다. 사이코드라마의 장면이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은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통찰할 수 있고, 역할 교대를 하며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또한 주인공은 과거의 그 순간에 하지 못했던 말과 행동을 실제 장면으로 표현하는 것을 경험해봄으로써 아쉬웠거나 억눌렀던 감정을 해소할 수 있고, 현실에서는 하지 못하는 잉여현실을 사이코드라마 장면으로 체험하면서 미래를 헤쳐 나갈 용기를 얻기도 한다.
사이코드라마는 다른 심리 상담들과 달리, 연극적인 요소인 디렉터(연출), 주인공과 관객들이 존재하며, 주인공의 문제를 지금- 현재(here and now) 실제 장면으로 전개하면서 주인공과 디렉터, 그리고 관객과의 역할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상담 치료 방법보다 디렉터의 인격이 치료적 도구가 된다. 그래서 사이코드라마에서 디렉터의 역할은 주인공의 심리치료에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치료적 요인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자의 능력이며 사이코드라마에서는 디렉터의 역량에 따라 치료 효과가 크게 좌우 될 수도 있다.
본 연구는 사이코드라마 대가 최헌진 선생의 치료적 개입의 특성과 치료 개입 모형을 확인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사이코드라마 대가의 선정은 기준에 의한 표집과정과 눈덩이 표집-동료지명 방법을 사용하였다. 최종적으로 최헌진 선생이 대가로 선정되었다. 최헌진 선생의 치료적 개입의 분석은 3명의 주인공에게서 얻은 사례 축어록을 1차 분석 자료로 활용하였다. 2차 분석 자료는 최헌진 선생의 저서 및 각종 학술 문헌들이다. 이들 자료를 Merriam(1988)의 질적 사례 연구 방법에 근거하여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범주화 분석에서 19개의 의미 단위, 7개의 하위범주, 4개의 범주가 도출되었으며 모든 범주들을 포괄하면서 최헌진 선생의 치료적 개입을 함축하고 있는 핵심범주로는 '주인공의 몸과 마음의 응어리를 표현해서 생명력을 부활시킴'으로 나타났다. 범주화 결과를 기반으로 하여 최헌진 선생의 치료적 개입 모형을 분석한 결과 '민낯의 만남 단계' , '주인공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듣고 몸의 반응에 집중하는 단계' , '주인공의 응어리를 터트리게 해서 마음의 밑바닥이 드러나게 하는 단계' , '주인공의 자기다운 나를 부활 할 수 있게 지지하는 단계' 로 나타났다. 또한 모든 단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디렉터의 치료 요인으로 '인격적 특성'과 '관계적 특성'이 발견되었다. 첫 번째 단계인 '민낯의 만남 단계' 에서 디렉터의 주요 개입은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게 경직된 집단원들의 마음을 진심과 신뢰로 완화시켜 준다. 두 번째 단계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듣고 몸의 반응에 집중하는 단계' 에서는 디렉터가 마음을 비우고, 주인공의 화두'를 확인 하는 것이다. 디렉터의 말을 줄이고 주인공의 몸의 반응을 정확하게 보고 반응하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인 '주인공의 응어리를 터트리게 해서 마음의 밑바닥이 드러나게 하는 단계' 에서 디렉터는 주인공의 화두를 반드시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감정을 끝없이 올려서 터트리게 해서, 마음속 밑바닥에 숨겨놓은 것을 끄집어내서 자유롭게 해 주어야 된다. 네 번째 단계로는 '주인공의 자기다운 나를 부활 할 수 있게 지지하는 단계' 에서는 디렉터는 어떤 상황이 와도 피하지 않고 끝까지 주인공 옆에서 버텨주며 긍정의 힘으로 보호하고 홀로 자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자발성과 창의성을 향상시켜 자기다움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이상의 연구 결과는 사이코드라마 대가인 최헌진 선생의 실제 치료과정을 분석 자료를 삼았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성숙한 인격을 가진 좋은 디렉터가 되기 위해서는 자아 확장을 위해 지속적인 자기성찰의 과정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사이코드라마 대가의 치료 개입 및 반응을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사이코드라마 전문가 교육, 상담 대가 및 전문성 연구에 경험적 자료가 된다는 데 있다. 끝으로 본 연구 결과를 토대로 후속 연구에 대한 제언과 시사점을 논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