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보차공존으로 대표되는 보행자우선도로 조성의 경우 차량운전자의 감속 유도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어왔다. 이는 보차혼용 상황에서 보행자가 절대적인 약자라는 현실적인 측면이 반영된 결과이고, 타당성 높은 접근 방식이다. 하지만 한편 보차행태의 개선을 위해 조성된 보행자우선도로라면 이용의 또 다른 주체인 보행자의 시선 역시 중요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보행자우선도로의 노면 가로환경에 대해 보행자들이 안전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어떠한 노면환경 요소들이 보행안전감에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이론적 고찰, 문헌조사를 통해 보행안전감의 개념을 이해하고 연구 목적에 적합하게 위계에 따라 수동적·능동적 안전감 두 가지로 정의하였다. 그리고 문헌조사와 현장연구를 통해 2013~2019까지 서울시에 조성된 87개의 보행자우선도로 디자인 유형을 분류하고, 노면환경을 분석하여 연구 요소들을 도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보행자우선도로 디자인 유형에 따라 세 개의 대상지를 선정하고, 이용자들 총 254명을 대상으로 현장설문을 진행하여 연구자료를 수집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환경심리학의 S-O-R 모델에 근거한 연구 구조에 따라 SPSS 프로그램을 통해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고 6개의 모형을 도출하였다. 분석 결과 6개 모형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나타냈고 대상지의 디자인 유형, 행태 특성 등에 따라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보이는 변수들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분석결과를 토대로 주요한 이슈들도 발견하였다. 보행자우선도로의 노면환경은 두려움, 방어, 보호 등과 관련된 수동적 안전감에는 상대적으로 약한 영향을 미쳤고, 여가보행, 사회적 활동 등과 같은 능동적 안전감에는 수동적 안전감에 비해 노면환경이 더 강한 영향을 미쳤다. 이는 보행자우선도로 조성이 보행자들에게 도로이용행태 변화의 욕구를 만들어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 점이다. 또한 모든 대상지에서 능동적 안전감에 비해 수동적 안전감의 점수가 현저히 낮게 나왔는데, 대응표본 t-검정의 결과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보였다. 이는 보행자들이 사고로부터의 걱정, 두려움 등 수동적 안전감에 대해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해설할 수 있는 지점이다.
해석의 결과로서 보행자우선도로 조성 시 보행자 안전감의 보완전략 필요성을 제시했고, 첫째 기존의 디자인 전략 유지와 최소보행영역 설정을 강화, 둘째 대상지 성격에 따른 디자인 변주 전략의 도입, 셋째 보행자우선도로 조성과 연계한 통합적 유지관리 전략 마련이라는 세부 디자인 전략 제언으로 연구를 마쳤다.
본 연구는 보행자 관점에 초점을 맞춰 보행자를 대상으로 현장연구를 진행했다는 데 기존 연구들과의 차별성과 연구의 의의를 갖는다. 그 결과로서 교통계획 중심의 선행연구들의 성과에 더해 본 연구의 보행자 관점으로 도출된 세부적인 디자인 전략 제안은 향후 보행자우선도로 조성에 있어 보차 모두의 시각이 균형 있게 반영되는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한편 외적타당성이 어려운 현장연구의 특성상 대상지 간 ANOVA 테스트를 진행하지 못한 점, 연구가 노면환경에 초점을 맞춰 다른 요소들의 영향력을 확인하지 못한 점, 세부 디자인 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후속 연구로 남겨둔 점이 한계로 남는다. 그러므로 향후 연구에서는 순차별로 연구 보완 방안들을 마련하여 구체적인 보행자우선도로의 디자인 방법론들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