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대표하는 다양한 차는 가공방법에 따라 녹차, 청차, 백차, 황차, 홍차, 흑차 등 6대 다류로 분류한다. 이 중에서 흑차에 속하는 보이차는 후 발효차 중에서도 단연코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운남(雲南)에서 생산되는 보이차는 오랜 시간과 세월 속에서 맛과 향의 깊이를 더해간다. 최소 30년은 지나야 진년보이차로서 이름을 알린다. 이 차는 동양철학 중 『주역(周易)』을 기초로 하여 도교와 유교가 합하여진 선불교와 함께 했다. 그리고 선종을 만나면서 식음료로서 기능과 건강은 물론 정신세계까지 영역이 확장되었다. 선불교, 선사상은 깨달음을 얻는 것이며 순수의식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정진하는 과정에서 졸음을 쫓기 위해 차를 마시며 선불교를 설파했던 선승들은 '다선일미(茶禪一味)'를 만들어 냈다. 수행과정에서 일순간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만,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통과 노력의 꾸준함을 필요로 한다. 세월이 가면서 변화하는 보이차와 선 사상의 깨달음을 알아가는 과정이 모두 오랜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차와 선은 비움의 연속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보이차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고 선불교와 선 사상을 연계하여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자 한다. 차의 순수성과 소통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차와 선사상의 연관성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젠 스타일의 장점과 미니멀리즘의 특징을 살펴보고 새로운 보이차 문화공간을 제안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연구를 전개하였다.
제1장에서는 서론으로 연구목적, 범위와 방법, 선행연구를 검토하였다.
제2장에서는 보이차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보이차의 역사와 시대적 흐름, 한국의 보이차 유통경로를 알아보았다. 아울러 품질이 뛰어난 보이차 조건으로 좋은 원료(운남성에서 자란 대엽종), 가공기술(생차, 숙차), 과학적 보관방법(습도가 75%를 넘지 않고 통풍이 잘되고 직사광선은 피할 것)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조사하였다. 그리고 보이차의 과학을 알아보고 효능과 효과를 조사하여 보이차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고자 했다. 또 소수민족의 차 풍습과 차 마시는 방법을 고찰하고 보이차와 선의 연기를 살펴보았다.
제3장에서는 다석의 구성요소(필수요소, 부가요소, 기타요소)에 따른 보이차 문화를 위한 다석(茶席) 설계를 제시하였다.
제4장에서는 보이차문화공간의 융합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오래된 동양철학인 『주역』이 중국, 한국, 일본 차생활에 어떻게 응용되었는지를 고찰하였다. 또한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는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노장사상 및 도가와 만나 선불교를 만들어졌으며, 한국에서는 소중화사상(小中華思想)의 영향으로 새로운 사상이 만들어지기 보다는 유교의 관혼상제, 궁중의례와 같은 형식을 지키던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선불교가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선사상을 만들어 다도정신인 와비사상까지 영향을 준 것에 대해 알아보았다.
제5장에서는 젠 스타일과 미니멀리즘이 융합된 보이차 문화공간을 제시하였다. 동양의 젠 스타일과 인간성 상실의 회복을 위한 서양의 미니멀리즘은 맑고 깨끗한 차의 순수한 본성을 찾으려는 점에서 일치한다. 이에 젠에 관련된 용어 정리로부터 미니멀리즘의 정의와 형태를 살펴보고, 젠과 미니멀리즘의 비교 분석을 통해 그들의 특징과 장점을 고찰하였다. 그리고 중국 소수민족의 차 공간과 고미술의 다실을 통해 보이차 공간을 고찰하고 사진을 통해 현재 한국의 보이차 문화공간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현재의 한국의 보이차 문화공간은 다실을 기준으로 절제미, 여백의 미, 자연의 미, 간결한 색채미, 융합공간이 접목된 보이차 문화공간 설계를 제안하였다. 실제 다실 공간에 필요한 도면, 텍스쳐, 배치를 통하여 새로운 융합공간을 창출하였다.
제6장에서는 지금까지 연구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였다. 우리가 음용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차 중에서 보이차는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있다. 좋은 보이차는 12년 전후에는 본연의 색, 향, 미를 마음껏 뽐낸다. 그리고 20년이 지나면서 걸림이 없어지고 목 넘김이 부드러워진다. 30년이 되면서부터 자기 고유 성질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완전히 순화된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이 유년, 중년, 노년을 거치면서 스스로 체험과 습득을 통하여 훈련하고 노력으로 더 성숙한 인간으로 완숙되어진다. 보이차를 마시면서 마음의 공부를 통해 평정심을 찾기 위해서는 차에만 오로지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젠 스타일의 장점과 미니멀리즘의 간결함이 돋보이는 융합공간이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궁극적으로 보이차 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젠 스타일과 미니멀리즘의 융합이 차와 사람들간의 소통공간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융합공간에서의 보이차 생활은 21세기의 인간성 회복과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더불어 보이차 문화공간은 차가 추구하는 최고의 경지인 '융합과 조화'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이라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