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범죄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자 우리 정부는 2022년 10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마약청정국의 확고한 지위를 신속하게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검·경을 비롯한 국내 유관부처를 총동원하여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마약류 근절을 위한 굳은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검찰청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전체 마약사범 중 재범 인원의 비율은 36.6%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현상은 2021년 한 해 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최근 몇 년 간 줄곧 마약류 범죄 재범률이 30% 중반 대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까지 주로 마약류 거래자와 사용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중요시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마약류 범죄의 높은 재범률을 낮출 수 있는 단속 이후의 효과적인 대응정책 마련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마약사범을 범죄자로 보는 동시에 환자로도 취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마약류 범죄 원인을 치료·재활·예방이 미진하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마약사범에 대한 적절한 처벌과 치료 개입의 효과적인 대응방안에 관하여 논의가 대두되고 있으나, 논의만 이루어 질 뿐 마약류 투약 사범에 대한 적절한 처벌과 치료에 대한 정해진 기준이 없어 사법적·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실정이다.
본 연구는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처벌과 치료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실시하였다. 마약류 중독자들이 중독된 마약류와 중독 정도를 세분화하여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탐색하는 목적이 될 것이다.
조사대상에는 마약류 중독경험자와 마약류 관련 단속·치료·재활·예방 활동을 담당하는 마약전문가들을 포함하였다. 마약류 중독자들은 노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고, 특정 장소에 모여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눈덩이 표집 방법을 통해 마약류 중독경험자 59명과 마약전문가 55명, 총 11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였다. 눈덩이 표집은 심층적이고 질적인 자료 수집이 필요한 연구에서 분명한 표집 틀이 없고 최선의 표집이 개인적인 접촉일 경우 이용되기 때문에 모집단 특성에 대해 가설검증 하거나, 통계적 분석 방법을 활용하는 것은 본 연구의 취지와 표본 선정 과정의 한계로 인해 실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구체적인 결과 도출을 위해 마약류 종류에 따라 구별되는 특성과 실태를 세분화하여 파악하고자 하였다. 조사에 활용한 마약류들은 2021년 단속 및 압수량 상위 마약류와 최근 새롭게 이슈로 떠오른 마약류들로 총 9종을 선정하여 조사를 실시하였다. 동일한 마약류에 대해서도 중독 정도에 따른 의견의 변화 여부를 탐색하고자 하였다. 중독 정도를 '강'과 '약'으로 구분하였는데, 사법당국에 의한 단속을 기준으로 초범 이하는 '약'으로 구분하였고, 재범 이상은 '강'으로 정의하여 설문조사에 제시하였다. 조사 항목을 정리해보면 마약류 중독경험자와 마약전문가를 대상으로 9가지 마약류의 특성을 파악해 보고, 각 마약류별로 중독정도에 따른 효과적인 치료개입 방안을 알아보는 것이다.
본 연구에 의하면 마약류 중독경험자와 마약전문가들은 마약류 중독성이 강할수록, 그리고 마약류 중독정도가 강할수록 의료적 접근에 의한 치료와 강제성이 있는 형사사법적 대응방안에 대한 효과를 높게 평가하였고, 마약류 중독성이 약할수록, 그리고 마약류 중독정도가 약할수록 형사사법적 대응방안이 아닌 임의적 대응방안과 사전적 대응방안에 대한 효과를 높게 평가하였다. 모든 마약류 중독에 있어 중독정도와 무관하게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중독성이 약하게 평가된 마약류들에서는 교육과 홍보를 통한 마약류 인식변화가 효과적이라고 나타났다. 중독정도가 약일 경우 단약을 위한 자조적 성격의 NA모임과 치료공동체의 효과도 높게 평가 되었다. 징역형이니 교정처우에 관해서는 중독정도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타났다. 근래 이슈가 된 펜타닐에 대해 중독경험자와 마약전문가들 사이에서 인식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는데, 최근 유행하는 마약류로 두 집단간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마약류 관련 연구에서 마약류 중독경험자와 마약전문가를 동시에 조사한 연구는 거의 드문 실정이었다. 본 연구에서는 서로 상이한 두 집단을 살펴봄으로써 집단 간 인식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균형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마약류의 특성과 중독정도에 따라 중독자에 대한 치료개입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확인 되었다. 마약류 중독자들에 대한 처벌과 치료에 대한 정책적 방향성을 논의하면서 치료개입에 대한 구체적인 적용 기준이 마련되어 있는 않은 상황을 고려한다면 본 연구 결과는 기초자료로써 참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표본 추출 과정의 한계와 이에 따른 기술적 통계 검증에 대한 제한은 후속 연구를 통해 보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