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검열, 투사(projection)인식론, 구별적 자기인식의 관점에서 포이어바흐를 검토하고, 그의 투사론이 가진 인간론과 신학적인 의의를 분석한 것이다. 그는 기독교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로서 현대 무신론의 대표로 인식되는 편이다. 그러나 당시의 억압적인 정치상황과 검열을 항상 생각해야만 했던 포이어바흐는 『기독교의 본질』을 실명으로 출판했지만, 그 내용은 수사학적인 위장을 통해 표현된 것이다. 본 연구자는 그가 모호한 방식으로 은폐한 내용에 오히려 기독교를 옹호하는 신학적 의미가 담겨있다고 파악한다. 이점을 논증하기 위해 우선 당시의 역사적인 상황과 철학적인 면을 검토하고, 이후 프로이트와 융의 정신분석학을 통해 그 심층적인 의미를 검토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판넨베르크와의 신학적 유사성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본 논문의 목적은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포이어바흐의 주장에서 은폐된 것이 무엇이고, 그 위장의 대상이 과연 국가종교체계에만 한정된 것인가를 추적하는 것이다. 둘째, 포이어바흐에게 제기된 비판들이 합당한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이 비판에서 본 연구가 주목한 것은 그가 헤겔 변증법의 필연적 대상화를 거부했고 관조적 자세를 유지했다는 점과 현대무신론의 대표자라는 비판이다. 셋째, 포이어바흐의 투사론과 판넨베르크의 신학의 유사성을 검토하고, 포이어바흐의 구별적인 자기인식이 가지는 신학적 가치를 제시하는 것이다. 넷째, 본 연구에서 수행된 간학문적 연구가 신학에 필요함을 제시하는 것이다.
간략한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결과적으로 포이어바흐는 기독교를 비판함과 동시에 '오직 예수'라는 루터의 주장을 따르고 있었는데, 이점이 은폐의 핵심적인 내용이었다. 따라서 당시 상황에서 은폐의 대상에는 국가종교체계뿐만이 아니라 혁명적이고 무신론적인 청년헤겔학파 역시 포함된다.
둘째, 포이어바흐의 투사인식론은 과정적으로 무신론을 소유하지만, 이는 헤겔변증법의 지양(止揚)에 따른 것으로서 다시 유신론으로 발전하는 필연적 대상화를 보여준다. 여기서 이 과정의 중심은 육체성에 대한 자기 구별적인 인식이다. 이 인식은 관조적인 태도와 같은 것으로서, 융은 이를 정신의 위험을 방어하는 태도로 파악한다. 따라서 포이어바흐를 무신론자로만 파악하는 것은 일차적인 이해로서 합당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필연적 대상화를 거절했다는 비판과 관조적 태도에 대한 비판 역시 합당한 이해가 아니다.
셋째, 포이어바흐와 판넨베르크는 융에게서 검토된 정신의 위험을 방어하는 구별적인 자기인식을 동일하게 소유한다. 약간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둘은 모두 무신론으로부터 출발하는 동일한 변증법적 구조를 보여주고, 루터로 나아가는 것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따라서 포이어바흐의 투사론은 판넨베르크처럼 신학적인 의의를 가지며, 무신론에 대해 기독교를 변증하는 의의까지 지닌다.
넷째, 본 연구는 간문학적 검토를 토대로 한다. 각 학문의 핵심적인 인물은 포이어바흐와 융, 그리고 판넨베르크로서, 셋의 사상은 공통적인 구조를 가진다. 이에 따라 인간론과 신론의 연구에 투사에 대한 이해와 간문학적 검토가 필요함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