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적은 김정은 정권 10년 동안 어떠한 통치 담론들이 제기, 모색되었으며 어떠한 것들은 명멸하고 무엇이 공식 이데올로기로 부상하게 되었는지를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중심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김정은 통치기간 중 인민대중제일주의가 모색되고 선대의 이데올로기와 일정한 관계 속에 부상하는 과정을 분석할 것이다. 또한 김정은 정권의 공식 이데올로기로 부상한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실체를 분석하여 그것의 진정한 정치적 함의는 무엇인지, 인민대중제일주의 하에서 북한 체제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전망할 것이다.
선대의 이데올로기는 어떠한 역할을 하고 변형되었으며 어떻게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부상하는지, 양자는 어떠한 관계를 맺고 전개되는지를 분석하였다. 이와 같은 이데올로기의 부침, 변화와 명멸, 부상의 과정이 3대 세습 과정을 거쳐 온 북한 사회주의체제의 가장 전형적인 한 측면이라는 점을 보이고자 한다.
김정은 시대를 대표하는 통치이데올로기는 인민대중제일주의이다. 김정일 시대에는 김일성의 이데올로기를 주체사상이라는 순수 이데올로기로 격상시키면서 김정일의 독자적인 실천 이데올로기를 모색해 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친인민 담론이 모색되었으며 그 중 사회주의 강성대국론은 사회주의 혁명을 달성한 강성대국 내에서 인민생활 향상을 추구한 번영 노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일 정권은 후기로 가면서 위기 대응 이데올로기인 선군정치로 선회했다.
김정은 시대 역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통해 선대의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순수 이데올로기로 격상시키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서 김정일애국주의를 통해 선대와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당과 군의 활동을 국가에 대한 충성, 인민에 대한 헌신에 귀속하도록 하는데 활용했다. 김정일애국주의 역시 수령과 통치기구의 국가와 인민에 대한 헌신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번영 노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김일성-김정일주의에서 친인민적 요소를 강조하며 내세운 인민대중제일주의는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인 친인민 이데올로기로 '번영 노선'에 해당한다. 우리 국가제일주의 역시 인민대중제일주의가 구현된 우리 국가 북한이 세계 제일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친인민 노선으로 '번영 노선'에 속한다. 반면 자강력제일주의나 자력갱생 등은 외부로부터의 위협과 압력이라는 위기에 대응하는 혁명 노선이라 할 수 있다.
김정은은 권력을 승계한 후 번영 노선인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자신의 시대를 대표하는 핵심 실천 이데올로기로 발전시켜 나갔다. 2018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번영 노선인 우리 국가제일주의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에는 자강력제일주의가 내세워졌도 상황이 악화되면서 자력갱생이 강조되고 있다. 김정은 시대 역시 친인민 행보에서 혁명 노선으로의 회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민대중제일주의는 김정은 시대를 규정하는 핵심 실천 이데올로기로 계속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즉 혁명 노선으로의 회귀가 이루어진다 해도 해당 이데올로기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대체하기보다 공존하며 보완하고, 상대적으로 더 강조되는 방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자강력제일주의'나 '자력갱생'은 기본적으로 목표 구현을 위해 활용되는 '수단'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자강력제일주의가 전면에 내세워진다 해도 이를 통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구현하고자 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김정일애국주의, 조선민족제일주의나 우리 국가제일주의 역시 인민대중제일주의와 공존하면서 보조하는 성격이 강하다. 상술한바 김정일애국주의는 우리 국가제일주의로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 국가제일주의 역시 인민대중제일주의 구현의 결과로 설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인민대중제일주의가 구현된 결과로 우리 국가제일주의는 강화, 발전되는 구조를 가진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제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은 내부 단속을 강화하면서 핵 및 미사일 역량 강화를 통한 강경노선 고수와 내부 단속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은 혁명 노선으로의 회귀를 예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