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이혼 경험이 있는 중장년 여성들의 생애사 사례를 에이전시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혼(사실혼을 종료)한 지 6년 이상된 중장년 여성 3명과 내러티브-생애사 인터뷰를 실시하여 그들의 삶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였고, 수집된 자료는 Rosenthal의 생애사 사례 재구성 방법에 따라 분석하였다. 그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본 연구참여자들의 전 생애사에서 작동되고 있는 에이전시를 분석한 결과이다.
첫째, 본 연구참여자들이 어린 시절에 경험한 차별이나 빈곤, 학대 등은 이들의 생애사적 핵심 주제들로서, 이들의 생애사에서 여러 다른 경험들에 맞서 협상하고 타협하는 에이전시를 작동시키는 기제가 되고 있었다.
둘째, 본 연구참여자들이 결혼을 결정하던 때에 작동시킨 에이전시를 생애사적 맥락에서 분석한 결과, 도구적 결혼으로서의 특성이 강한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셋째, 본 연구참여자들의 이혼에 대한 인식 및 태도와 관련하여 작동시키고 있는 에이전시를 생애사적인 맥락에서 분석한 결과, 이들은 원가족 및 지인들이 이혼에 대해 갖는 부정적인 인식을 강하게 비판하였지만, 이들의 일상생활에서의 태도는 상황에 따라 긍정적으로만이 아니라 부정적으로도 나타나는 양면성을 띠고 있었다.
넷째, 삶의 주요 위기상황에서 작동시키고 있는 에이전시를 생애사적인 맥락에서 분석한 결과, 본 연구참여자들에게 모성과 종교는 생애사적인 위기상황에서 여러 제약들과 협상하고 도전하는 에이전시를 추동하는 요인이 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에 기초하여 에이전시에 주목한 생애사작업 기반 사회복지 실천에 시사하는 함의를 논의하고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족 내 성차별과 관련한 점이다. A씨가 어린 시절에 경험한 가족 내 성차별은 A씨의 생애사에서 부정적인 영향만 준 것이 아니라, 이러한 차별에 맞서 도전하고 협상하는 에이전시를 작동시키는 긍정적인 영향도 주고 있었다. 따라서 가족 내 성차별을 경험한 여성들을 지원할 때에는 이들의 에이전시에 주목하는 접근도 필요하다. 그리고 부모의 성평등 의식이나 양육태도가 자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부모들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성역할 및 성평등 의식, 가치관 등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과 상담이 필요하다. 아울러 성장기 자녀들에게도 관련 교육 및 상담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러한 교육 및 상담에 대한 지원방법의 다각화도 고려해야 한다.
둘째, 빈곤문제 혹은 빈곤가족과 관련한 점이다. B씨의 원가족은 공공부조가 저 발달된 상황 속에서 지원대상이 되지 못한 채 오랫동안 빈곤한 삶을 지속해야 했다. 그리고 이혼한 직후 A씨 또한 빈곤에 시달렸지만 지원조건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상자가 되지 못하였고, 그러자 이러한 상황에 편법을 동원하여 맞서야만 했다. B씨와 A씨의 경우처럼 빈곤한 상황임에도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사각지대는 공공부조가 발달한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빈곤 가족들이 처한 현실에 상응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긴급복지지원 등의 제도를 보다 촘촘히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가정 내 학대와 관련한 점이다. C씨의 사례는 가정폭력이 발생할 시에 적시에 개입하는 사회복지실천이 그리고 사전에 예방하는 사회복지실천이 얼마나 시급하고도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C씨가 현재에도 여전히 가정폭력으로 인한 심리·정신적인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태임을 고려할 때, 가정폭력을 경험한 아동·청소년기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은 물론, 아동·청소년기에 가정폭력을 경험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상담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될 필요가 있다. 또한 부의 세대에 의해 가해진 가정폭력이 현재에도 수많은 자녀 세대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사회적 범죄행위임을 고려할 때, 현재의 (예비)부모를 대상으로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인권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교육이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가정폭력 가해자를 위한 지원 및 관리도 제공될 때 가정폭력이 재발되는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결혼과 관련한 점이다. 본 연구참여자들에게 결혼은 각자가 처한 힘든 상황에 맞서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결과였다. 이들의 경우처럼 도구적 결혼과 외도, 가정폭력, 이혼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문제는 현재에도 그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결혼 전 예비부부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동반자관 및 결혼관, 성평등 의식, 에이전시 기반 갈등관리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교육이나 상담이 필요하다.
다섯째, 이혼에 대한 인식 및 태도와 관련한 점이다. A씨와 C씨는 이혼 후 원가족과 친구, 지인 등으로부터 스티그마를 경험하며, 이에 관계를 단절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따라서 원가족과 관계가 유지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가족 및 사회의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제고하는 교육 및 상담이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들 여성들의 이혼에 대한 태도도 상황에 따라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양상을 띠는 양면성을 보였다. 따라서 이혼여성들을 위한 사회복지실천 시에는 이들의 양면적인 태도를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이들이 이러한 태도를 성찰하여 자기 스티그마로부터 벗어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의 의의 및 제한점이다.
먼저, 본 연구의 의의이다. 본 연구는 중장년 이혼여성들이 여러 생애사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이러한 위기 상황에 도전하고 협상해왔는지, 당사자적 관점이 강조되는 에이전시를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였다. 아울러 본 연구는 Rosenthal의 내러티브-생애사 분석방법에 기초하여 단계별로 기술한 연구를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생애사 연구에 방법론적으로도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본 연구의 제한점이다. 본 연구는 소수의 연구참여자만 확보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제한점이 있다. 따라서 향후 후속연구에서는 보다 많은 사례연구를 통해, 이혼여성들의 삶 속에서 작동되고 있는 에이전시의 다양한 양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