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18세기 조선의 문인이자 서예가 경산 이한진의 서예를 조명한 것이다. 이한진에 대해서는 주로 문학 방면에서의 연구가 진행되어왔으며, 서예가로서의 성가(聲價)에 비해 서예사적 연구는 드물었다. 이 논문에서는 그가 남긴 유물을 통해 서예적 특징을 치밀하게 분석하고자 했다. 현재까지 그의 유묵은 전·예서만 확인되었다. 남겨진 전·예서를 유형별로 분류하여 서법의 연원을 확인하고, 18세기 조선 서단에서 그가 점하는 위치를 가늠하고자 하였다.
이한진의 생애와 교유관계는 그간 문학 방면에서 상당부분 정리하였다. 그는 안동 김씨와의 혈연관계를 통해 교유관계를 형성하였고 특히 연암일파 문인들과 교유하며 시·서·화·악을 즐기며 살았다. 하지만 그의 학서과정은 문헌과 기록이 적어 유묵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으며 주로 안동김씨의 가학, 이양빙의 옥저전 준수, 이인상의 영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이한진의 서예 연원을 파악하기 위해 17·18세기 전·예서 흐름을 살폈다. 17세기 당시 최고 명가였던 안동김씨는 이사-이양빙으로 이어지는 소전류 전서와, 김수증이 연행에서 구득한 <조전비> 및 자서류 자료를 통해 전·예서를 확립시켰다. 한편 그가 살았던 18세기는 청(淸)과의 교류로 인해 다양한 자료들이 조선에 유입되었고 전·예서의 활용 양상이 다양해졌다. 이러한 현상은 이한진의 서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까지 확인한 이한진의 유묵은 서첩류, 화제(합작), 현판·금석문 등이 보인다. 서체는 전·예서만 확인되었고 이외 서체는 확인하기 어렵다. 그의 유묵을 통해 확인한 서체인 전서와 예서를 치밀하게 분석하여 서체마다 세 가지의 특징을 도출하였다. 전서 방면의 특징은 첫째, 옥저전류 둘째, 고전류 셋째, 원령체의 수용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는 안동김씨의 가학으로 소전을 전서의 뿌리에 두었고, 이전 시기 조선에서 발간한 다양한 학습서로 고전을 학습하여 작품에 활용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인상의 비백전을 수용한 사례도 확인할 수 있다. 예서의 특징은 첫째, 한예 수용 둘째, <하승비>의 영향 셋째, 전·예서의 혼용 등이 나타난다. 그는 김수증이 구득해온 <조전비>와 더불어 다양한 한예를 수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조전비> 이외 <예기비>, <을령비> 등 전형적 한예를 구사한 사례도 확인된다. <하승비>는 예서이지만 전서의 필획과 자형이 혼용되어있는 한비이다. 이한진은 이러한 특징을 자기만의 서풍으로 구사하였다. 그는 예서의 자형에 많은 변화를 추구하였으며, 특히 전서의 자형을 예서화 한 사례가 흔히 나타난다. 이러한 특징은 이한진 예서의 전형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연구를 통해 이한진의 생애와 학서과정, 전·예서 특징을 고찰하였다. 그의 서예세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18세기 서예사에서 전·예서에 대한 당대인의 가치기준은 물론, 자료의 유입과 활용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편 이한진의 서예사적 가치를 비교적 조선화한 이전시기 전·예서의 양상과, 북학의 영향으로 금석·고증적 태도를 띈 이후시기 전·예서를 잇는 가교 지점에 있었다는 점에서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