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손으로 글씨를 아름답게 쓰는 문자의 예술이다. 1990년대 컴퓨터 보급을 시작으로 디지털 활자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대적 요구와 한국 디자인의 원형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점에서 캘리그래피는 인간이 손으로 직접 쓰는 육필 서체라는 점과 다양한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문자예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캘리그래피는 전통서예에서 파생된 문자예술로, 전통적 요소에서 점차 탈피하여 현대적인 미감과 결합한 예술로 전개되고 있다. 문자성, 주목성, 실용성, 상업성, 예술성, 표현 적합성 등에서 전통서예와는 차별화된 특성을 구축하고 있으며, 다양한 시각 매체에서 문자 표현예술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본 연구는 캘리그래피와 전통서예를 여러 요소로 분리하여 캘리그래피만의 시각적 특성을 확보하고, 캘리그래피 또한 하나의 시각 예술임을 인지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캘리그래피를 예술 심리학의 측면으로 접근하여 캘리그래피의 시지각적 특수성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캘리그래피의 이론적 연구를 통해 향후 캘리그래피 창작의 근거를 제공하고 보다 체계적인 응용방법을 모색하는 데 기초를 마련하였다.
구체적으로 캘리그래피와 전통서예의 시각적 동이점(同異點)을 확인하고자 재료와 서사기법, 조형과 표현방식, 작품 형식과 내용으로 세분하였다. 캘리그래피와 전통서예는 명확히 구분할 수는 없으나 전통서예는 학문과 자기 수양이 내재된 문자예술이며, 캘리그래피는 대중적이고 실용적인 감성 표현을 중시하는 문자예술로 대별된다.
또한 캘리그래피는 시각 예술로, 시지각(視知覺)을 통해 이루어지는 예술이다. 시지각이란, 인간의 눈을 통해 어떤 대상의 두드러진 특징을 파악하고 인식하는 것을 말하며 캘리그래피의 시지각적 특수성을 선과 획, 한글 조형, 표현기법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연구 결과 캘리그래피는 가장 최소 요소인 획으로 글씨에 기운을 담고, 직선과 곡선을 적절히 활용하여 여러 가지 느낌의 표현이 가능하다. 또한 문자 조형예술로 비기하학적 추상형태를 띄며, 비재현성과 일회성의 특징을 가진다. 한국인이 한글 캘리그래피를 볼 때, 아동기 때부터 교육받은 한글 교육을 바탕으로 문자를 인식한다. 우리 눈은 문자를 형을 이루는 점으로 인식하여 캘리그래피의 자모음이 다양하게 변형되어도 같은 문자로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시지각적 특성은 캘리그래피의 조형이 다양한 형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캘리그래피의 표현기법은 재료나 방법, 형식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고 자 모음의 해체, 음악성과 율동성의 표현, 한글의 형상화로 표현이 가능하다. 다양한 표현기법은 전통서예나 활자와는 다른 성격을 지닌 캘리그래피의 자율적인 표현기법에 해당한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캘리그래피가 예술 심리학의 시지각 이론을 통해 분석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아울러 캘리그래피는 무궁무진한 획과 조형, 표현기법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인식하였다. 본 연구는 향후 캘리그래피의 예술 이론에 대한 객관적 접근의 후속 연구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며, 캘리그래피의 획의 확장성, 한글 조형의 창의성, 표현기법의 자율성을 통해 현대적 미감에 부합된 캘리그래피 창작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