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조선 후기 한글소설 『박씨전』중에서 19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필사본 10종을 선정하여 서예학적 관점에서 서체 특징을 규명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필사본 『박씨전』에 서사된 한글 서체의 용필 · 결구 · 장법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19세기 한글 민간서체의 특징을 확인하고, 현대의 디자인적 한글 서체를 개발하는 데 기초를 제공하고자 했다. 본고에서 연구한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박씨전』의 용필 부분에서는 기필(起筆) · 수필(收筆) · 굵기 · 전절(轉折) · 기울기 · 가로 대비 세로의 비율 · 접단(接斷) · 점의 위치 등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기필은 붓 끝을 45°로 대는 방필(方筆)이 위주였고, 수필은 원필(圓筆)과 붓 끝을 왼쪽으로 빼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자음은 굵기의 변화가 많은 반면 모음은 변화가 적다. 특히 획이 꺾어지는 부분에서 강하게 꺾는 '절(折)'의 요소가 많은 편이다. 획의 기울기를 분석하면 'ㅡ'획이 약 23°, 'ㅣ'획이 약 19°, '丿'획이 약 43°, '∖'획이 약 69°이다. 자음의 가로 · 세로 비율을 비교 하면 1:1.03로 정사각형에 가깝고, 모음은 1:0.52로 직사각형에 해당한다. 자모음의 획은 대부분 붙어있고, 점의 위치는 다양하여 평균값을 구하기는 어렵다.
『박씨전』의 결구 부분에서는 초 · 중 · 종성의 크기 · 위치 · 여백을 주로 분석하였다. 대개 한 음절에서는 중성이 가장 크며, 종성이 가장 작게 나타난다. 중성을 기준으로 초성의 위치는 형태별로 다양하며, 여백의 크기는 상하합자보다 좌우합자가 더 크다.
『박씨전』의 장법 부분에서는 여백 · 중심축 · 권수제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책의 한 면에서 서사된 부분 외의 상하좌우의 여백은 아래보다 위가 넓으며, 왼쪽보다 오른쪽이 넓다. 또한 자간 보다 행간의 넓이가 2배에 달한다. 중심축의 기울기는 왼쪽으로 4.2°, 오른쪽으로 3.5° 가량 기울어져 좌우 기울기가 비슷하게 나타난다. 아울러 권수제의 위치는 중간이 가장 많은 편이다.
19세기 한글 민간 서체의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부정형의 천연적인 한글 조형과 필법이 강하다. 둘째, 다양한 한자 서체의 필법이 한글 필사에 응용되어 있다. 셋째, 전체적으로 서체와 서풍이 부조화 속에서도 조화의 미를 추구하는 예술성이 서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