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고는 명대 오문화파(吳門畫派)의 대표 인물인 문징명(文徵明, 1470~1559)의 다화(茶畵)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사실적 소재를 바탕으로 그려진 〈혜산다회도(惠山茶會圖)〉의 함의(含意)를 연구 분석한 것이다. 이 논문의 주요한 목적은 그림에 구성되어있는 시(詩), 서(書), 화(畵)의 의미를 분석하며, 명대 대표 다인(茶人), 문징명의 차(茶)로 수양하는 그 내면적 마음을 부각시키며 차로써 힐링을 제시하고자 함이었다.
본 논문에서는 〈혜산다회도〉의 전권(全卷)의 구성을 살펴보고, 권수(卷首)에 쓰인 채우(蔡羽)의 서문(序文)을 토대로 혜산 다회(茶會)의 여행경로와 혜산 다회가 이루어진 시기의 심적(心的) 배경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혜산 다회에 참석한 7인은 반복되는 벼슬길의 좌절과 현실의 번민 속에서도 벗들과 대자연 안에서 차를 논하며 잠시나마 세속에서 벗어나고자 한 그들의 심적 상태를 엿볼 수 있었다.
명대 음다사의 특징은 단차(團茶)에서 산차(散茶)로의 전환이다. 이에, 물의 중요성이 두드러지는 시기였다. 일찍이 육우(陸羽)가 '천하제이천(天下第二泉)'으로 지정한 혜산천(惠山泉)은 명대 문인들의 택수(擇水) 기준에 적합하여 그들에게는 제일명천(第一名泉)으로 거듭나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명대 문인들은 다구(茶具)를 챙겨 들고 대자연 속 혜산천을 찾아 한 잔의 차를 즐기며 자신의 내면세계를 시(詩), 서(書), 화(畵)로 표현하는 아사(雅事)를 즐겼다. 이에, 혜산천은 우수한 수질(水質) 뿐만 아니라 문인들의 문예 창작 의욕의 원동력이 되는 인문(人文)의 장소로서도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이어서 명대 다서(茶書)를 근거로 명 초부터 명 말까지 음다법(飮茶法)의 변천사를 자세히 살펴보는 과정에서 혜산 다회의 음다법(飮茶法)은 산차(散茶) 문화의 정형적인 포다법을 따르고 있음을 추단할 수 있었다.
〈혜산다회도〉에 그려진 시각적인 요소들은 명대의 다구(茶具) 연구를 위해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였다. 혜산 다회(茶會)에 직접 휴대한 '왕씨정(王氏鼎:화로)'의 분석은 명대 휴대 다구의 정교함과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 상의 화로(火爐), 다호(茶壺), 백잔(白盞)의 기원과 다양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면서 명대 전반적인 다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으며 이는 오늘날 차 문화의 근간을 살피는 중요한 연구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혜산다회도〉에는 자연과 하나 되는 천일합일(天一合一) 사상(思想)을 추구하는 명대 문인들의 세계관이 함축되어 있었다. 아울러, 벼슬길의 좌절과 현실의 곤경함에도 불구하고 평온한 차향 속에서 세속을 초월한 삶의 정서를 추구하는 문징명의 고결(高潔)하고 청담(淸淡)한 아지(雅志)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명대 문인들의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차로서 맑고 담백한 정신세계를 지향하는 고상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채우(蔡羽)는 정신의 정토(淨土) 혜산천에서 벗들과 유유자적의 한때를 보내고 진실로 증점(曾點)의 즐거움이라 표현하였는데, 이를 인(仁)의 마음으로 귀결하는 매개체로 차와의 반복적인 만남을 제시하였다. 즉, 일상에서 차 한잔의 힐링은 '영이귀(詠而歸)'를 실천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문징명 특유의 차, 시, 서, 화가 결합 된 〈혜산다회도〉의 심미적 분석으로 학문 탐구를 넘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신적 측면에서 차 한잔의 가치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