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담화는 말로 실현되는 구어 담화와 글로 실현되는 문어 담화로 나뉜다. 학령기에는 문어 담화를 활용한 의사소통 기술이 확장된다(Pae, 2016). 교육부(2015)는 초등학교 3-4학년의 교과 목표 성취를 담화 듣기와 읽기 이해의 정도로 측정한다. 따라서 담화 듣기와 읽기 수행은 교과 성취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구어 담화 이해는 듣기를 통해, 문어 담화이해는 낭독과 묵독을 통해 이루어진다. 낭독은 입으로 소리를 내어 글을 읽는 읽기 방식을 말하며, 묵독은 소리를 내지 않고 눈으로 글을 읽는 읽기 방식을 의미한다. 낭독과 묵독에 따라 읽기이해력은 달라진다(신미향, 2005; 왕억문, 원미진, 2017). 또한 읽기이해력은 해독과 읽기유창성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설아영, 2016; Gough, Tunmer, 1986 ; Kim, 2020), 언어이해력과 서로 연관을 가지므로 듣기모드와 읽기모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담화 이해는 이해 질문의 유형(사실적 정보이해, 추론)에 따라 다르게 측정될 수 있으므로(정미란 2009; 장현숙, 이은주, 2016) 다양한 질문 유형을 사용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발달성 난독은 정상 범주의 지능을 보유함에도 정확하고 유창한 낱말 해독 및 철자법에 어려움을 가진다(배소영, 신가영, 2017). Bishop과 Snowling (2004)은 학령전기에 언어장애를 보인 학생이 난독을 동반할 수 있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따라서 해독과 읽기 유창성에 어려움 보이는 발달성 난독 집단과 제한된 어휘력과 난독을 동반하는 언어학습장애 집단의 담화이해력과 그 특성을 살펴보았다.
본 연구는 인지와 언어 및 읽기에 정상 범주의 발달을 보이는 일반집단과 정상 범주의 인지 및 언어 발달을 보이나 제한된 읽기능력을 보유한 발달성 난독 집단, 정상 범주의 인지 발달을 보이나 제한된 읽기 및 언어 능력을 보유한 언어학습장애 집단의 담화모드(듣기, 낭독, 묵독)에 따른 담화이해력의 차이를 살펴보았다. 더 나아가 낭독 모드에서의 세 집단별 읽기유창성(소요시간, 오류 음절수) 능력을 분석하여 담화 읽기 특성을 살펴보았다.
연구방법: 본 연구대상은 총 39명으로 초등 3~4학년의 일반아동 13명, 발달성 난독아동 13명, 읽기의 어려움을 동반한 언어학습장애아동 13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세 집단 모두 한국어 비언어성 지능검사에서 지능지수 85 이상으로 정상 범주에 속하며, 교사 및 부모에 의해 신체 발달과 정서, 감각에 이상이 없음이 보고되었다. 일반 집단과 발달성 난독집단은 수용어휘력검사에서 백분위수 21 이상으로 어휘력에 어려움이 없으나, 언어학습장애 집단의 경우 백분위수 20 이하로 낮은 어휘력을 보유하였다. 일반 집단은 한국어읽기검사의 해독, 읽기유창성, 읽기이해 세 영역에서 표준점수 85 초과로 정상 범주였다. 그러나 발달성 난독 및 언어학습장애 집단은 해독, 읽기유창성, 읽기이해 중 한 개 이상의 영역에서 표준점수 85 이하에 속해 읽기 어려움을 보였다.
담화이해 과제는 한국어 해독해(배소영, 2017)와 이조영 외(2019)를 참고하여 학년에 친숙한 주제의 6개의 이야기글로 구성되었다. 이야기글의 길이는 한국어 읽기검사의 초등 3~4학년용 유창성 텍스트를 참고하여 구성하였으며, 텍스트별 난이도가 비슷하도록 제작하였다. 검사 시 텍스트 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담화모드(듣기, 낭독, 묵독)별 6개 유형을 구성하였으며, 순서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마다 제시 순서를 달리하였다. 대상자는 42개의 이해 질문(텍스트별 7문항; 사실적 정보 4문항, 추론 3문항)에 구어로 응답하였다.
연구문제별로 집단(일반, 발달성 난독, 언어학습장애)*담화모드(듣기, 낭독, 묵독), 집단*질문유형(사실적 정보, 추론)에 대해 반복측정 이원분산분석(repeated two-way ANOVA)을 시행하였다. 낭독모드에서의 유창성(소요시간, 오류 음절 수)은 일원분산분석(one-way ANOVA)을 사용하여 집단 간 비교를 하였다. 모든 통계 처리는 SPSS 25.0을 사용하였다.
연구결과 및 논의: 세 집단의 담화모드에 따른 담화이해능력을 살펴본 결과 상호작용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으나(F=.746, p=.564), 집단(F=10.746, p=.000)과 담화 모드(F=9.678, p=.000)에 따른 주효과는 유의하게 나타났다. 집단에 대한 주효과를 사후분석한 결과 일반과 발달성 난독 집단의 수행력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언어학습장애 집단은 유의하게 낮은 수행을 보였다. 담화모드에 대한 주효과를 사후 분석한 결과, 낭독과 묵독, 낭독과 듣기 간의 유의한 차이가 있었으나, 묵독과 듣기 간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초등3-4학년의 일반 집단과 읽기 어려움을 보이는 난독 및 언어학습장애 집단 모두 읽기이해에서 듣기이해보다 더 나은 수행력을 보였다. 이는 본 연구에서 교과보다 짧게 조절한 친숙한 내용의 담화 텍스트를 구성하여 사용한 것과 시간제한이 없이 과제를 시행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읽기 어려움이 있는 아동에게 조절된 텍스트와 여유 있는 읽기 시간을 제공하는 등의 발판을 통해 읽기를 활용한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읽기모드(낭독, 묵독) 중 낭독에서 유의하게 높은 수행력을 보였다. 이는 읽기이해의 제한을 보완하기 위해 낭독하여 읽는 연습과 과정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반면 난독과 함께 빈약한 어휘를 보유한 언어학습 장애집단은 일반 및 발달성 난독집단 보다 유의하게 낮은 담화이해력을 보였다. 즉 친숙한 주제의 조절된 텍스트일지라도 낮은 어휘력과 읽기기술로 인해 발달성 난독아동보다 제한된 이해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결과는 담화이해에 제한을 보이는 아동들에게 읽기능력 향상과 더불어 어휘학습을 함께 지원해야 함을 시사한다.
세 집단의 질문유형에 따른 담화이해능력을 살펴본 결과 상호작용효과가 유의하게 나타났다(F=3.693, p=.035). 상호작용효과에 대하여 사후 분석한 결과, 사실적 정보 이해 질문에 대하여 일반 및 발달성 난독 집단은 비슷한 수행력을 보였으나, 언어학습장애집단은 유이하게 낮은 이해력을 보였다. 이는 해독 가능한 텍스트를 제공할 때 일반과 발달성 난독 아동의 수행력에서 차이가 없다는 국제난독협회의 주장을 지지한다. 반면 추론적 이해질문에 대하여는 세 집단 모두 유의하게 다른 이해력을 보였다(일반> 발달성 난독> 언어학습장애). 이러한 결과는 읽기의 어려움을 동반한 아동이 제한된 해독 및 유창성으로 인해 '읽기' 자체에 더 많은 인지적 자원을 사용하는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읽기 어려움을 동반한 아동의 인지적 자원의 부족은 읽은 내용에 대한 고차원적인 추론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아동의 읽기 기술을 개발하고 읽거나 들은 내용에 대하여 다각적인 활동을 통해 지식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낭독모드에서 보인 세 집단의 읽기 소요시간(F=4.698, p=.015)과 오류 음절 수(F=15.840, p=.000)를 비교한 결과 집단에 따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읽기 소요시간과 오류 음절 수 모두에서 일반과 발달성 난독 집단, 일반과 언어학습장애 집단 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발달성 난독집단과 언어학습장애집단은 읽기유창성 측면에서 속도와 정확성 모두 유의한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측정된 이해력에서는 발달성 난독집단이 유의하게 높은 수행력을 보였다. 이는 발달성 난독 아동의 경우 조절된 텍스트와 친숙한 주제, 충분한 시간을 제공할 경우, 더 나은 학업성취를 이룰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언어 학습 장애 아동에게는 충분한 시간과 언어지원뿐만 아니라 읽기에 대한 추가 지원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