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다차원적인 개념으로, 정서적 단서를 알아차리고 이해하여 타인의 관점을 고려할 수 있는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과 타인의 정서 상태나 느낌을 관찰할 때 갖게 되는 정서적 반응인 정서적 공감(emotional empathy)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인지적 공감은 저하되는 반면, 정서적 공감은 비슷하게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신경퇴행에 따른 변화는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한편, 우울증은 공감에 영향을 미치고, 신경퇴행 환자들은 우울증을 흔하게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울증과 공감의 관계에 대한 선행연구들은 젊은 성인이나 중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대다수였고, 신경퇴행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정상 노인, 기억성 다영역 경도인지장애(amnestic multiple Mild Cognitive Impairment, amMCI) 및 알츠하이머형 치매(Dementia of the Alzheimer's Type, DAT) 환자를 대상으로 우울여부에 따른 공감능력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수행되었다.
정상노인 집단 31명, amMCI 집단 30명 및 DAT 집단 30명이 연구에 참여하였다. 공감능력을 측정하기 위하여 한국판 다면적 공감 검사(Korean-Multifaced Empathy Test, K-MET)와 대인관계 반응지수(Interpersonal Reactivity Index, IRI)를 실시하였고, 우울여부를 평가하기 위해서 노인 우울 척도(Geriatric Depression Scale)를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 모두에 있어서 정상 노인, amMCI, DAT 집단 순으로 공감능력의 저하를 보였다. 우울 수준에 따라서 각 집단을 우울집단과 비우울 집단으로 나누어 살펴본 결과 우울 집단에서는 정상노인, amMCI, DAT 집단 순으로 인지적 공감이 유의하게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비우울 집단에서는 amMCI와 DAT 집단이 정상노인 집단보다 인지적 공감이 더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고, amMCI와 DAT 집단 간에서는 인지적 공감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amMCI단계부터 인지적 공감능력의 저하가 시작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비우울 집단보다 우울 집단에서 amMCI와 DAT 집단의 인지적 공감 점수의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는데 이는 우울의 영향으로 amMCI보다 DAT의 공감 능력이 더 많이 저하되었음을 시사한다.
반면, 정서적 공감의 경우 우울 집단에서는 amMCI 및 DAT 집단이 정상노인 집단보다 정서적 공감이 유의하게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고 amMCI와 DAT 집단은 서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비우울 집단에서는 정상노인, amMCI, DAT 집단 순으로 정서적 공감이 유의하게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정서적 공감능력도 인지적 공감능력과 마찬가지로 amMCI 단계부터 저하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비우울 집단보다 우울 집단에서 amMCI와 DAT 집단의 정서적 공감 점수의 차이가 적었는데 이는 정서적 공감의 경우 amMCI가 DAT보다 우울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한국 노인의 공감능력에 있어서 우울의 영향을 확인함으로써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 인지적인 노력이 필요한 인지적 공감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인지적인 노력은 덜 요구되지만 타인의 정서 상태에 대해 관찰했을 때 개인이 갖게 되는 정서적인 공감 능력도 amMCI 단계부터 저하된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또한 우울이 인지적 공감에 있어서는 DAT 단계에, 정서적 공감에 있어서는 amMCI 단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의 스펙트럼에서 우울과 공감능력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조망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