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 기억의 이중처리이론에 따르면, 재인 기억은 회상(recollection)과 친숙함(familiarity)의 두 가지 처리 과정으로 구분되고, 이 두 과정은 신경심리학적/구조적/기능적 연구 결과를 통해 지지되고 있다. 젊은 성인, 정상 노인, 기억성 경도인지장애(amnestic Mild Cognitive Impairment, aMCI) 및 알츠하이머형 치매(Dementia of Alzheimer's Type, DAT) 환자를 대상으로 한 노화와 신경 퇴행에 따른 재인 기억의 이중처리이론에 대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정상 노인은 회상 재인의 저하만을 보이지만, aMCI와 DAT 환자는 회상 재인뿐만 아니라 친숙함 재인도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친숙함 재인의 저하가 알츠하이머병의 진단적 지표로 알려졌다. 그러나 aMCI의 전구 단계로 알려진 주관적 인지저하(Subjective Cognitive Decline, SCD) 집단을 대상으로 재인 기억의 이중처리이론을 살펴본 연구는 아직 없다. 인지부하량(cognitive load)은 학습이나 과제를 수행할 때 인지체계에 부과되는 부담을 의미한다. 인지부하가 높아지면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보상기제를 사용하거나 인지 자원을 할당하기가 어렵다(Steffener, Barulli, & Hill, 2020). 따라서 본 연구는 과제의 난이도를 조작하는 실험연구를 통해서 인지부하량에 따른 정상노인, SCD 및 amMCI집단 간 재인기억의 차이를 확인해보고자 수행되었다.
정상 노인 18명, SCD 집단 20명, amMCI 집단 17명이 연구에 참여하였다. 과제의 인지부하량에 따른 수행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서 두 수준의 인지부하량(완전주의, 분리주의)을 지닌 재인 기억 과제를 실시하였다. 24개의 단어를 학습하는 부호화 단계를 실시하였고, 2분 지연 후 재인 단계에서 48개의 단어에 대해 그 단어가 부호화 단계에서 제시된 단어인지(회상 재인), 부호화 단계에서 제시된 단어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으나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단어인지(친숙함 재인) 또는 부호화 단계에서 보지 않은 새로운 단어인지를 반응하게 하였다.
연구 결과, 전반적인 재인 점수에 있어서는 정상 노인과 SCD 집단 간의 차이가 없었으나, 정상 노인과 SCD 집단 모두 amMCI 집단보다 재인 점수가 유의하게 높았다. 재인을 회상 재인과 친숙함 재인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회상 재인의 경우에는 정상 노인, SCD, amMCI 집단 순으로 재인 점수가 유의하게 점진적으로 저하되었는데, 이는 회상 재인이 SCD 집단에서부터 저하되기 시작함을 시사한다. 회상 재인을 완전주의 조건과 분리주의 조건으로 나누어 살펴본 결과, 완전주의 조건에서는 정상 노인, SCD, amMCI 순으로 저하된 수행을 보였으나 분리주의 조건에서는 정상 노인 집단이 SCD와 amMCI 집단보다 높은 수행을 보였고, SCD와 amMCI 집단 간에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결과는 인지 부하가 높아지면 SCD의 회상 재인이 amMCI만큼 현저하게 저하됨을 시사한다. 친숙함 재인의 경우에는 세 집단 모두 완전주의 조건에서보다 분리주의 조건에서 재인 수행이 저하되었으나 집단 간 수행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친숙함 재인이 SCD 뿐만 아니라 초기 amMCI 단계까지도 정상 노인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요약하면, 본 연구는 SCD 단계부터 회상 재인이 손상되지만 친숙함 재인은 초기 amMCI 단계까지도 유지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