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아동기 정서적 학대와 자살사고의 관계, 그리고 그 기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선행연구들의 결과에 기초하여, 아동기 정서적 학대와 자살사고의 관계를 설명하는 구체적인 기제로서 정서조절곤란과 와해된 대인관계 욕구의 순차적 매개역할을 상정하고 검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아동기 정서적 학대와 자살사고의 관계에서 정서조절곤란과 와해된 대인관계 욕구의 순차적인 매개역할을 가정하는 연구모형, 아동기 정서적 학대와 자살사고의 관계에서 정서조절곤란과 와해된 대인관계 욕구의 병렬적인 매개 역할을 가정하는 병렬 부분매개모형과 병렬 완전매개모형, 아동기 정서적 학대와 자살사고의 관계에서 정서 조절곤란과 와해된 대인관계 욕구의 방향을 역으로 가정하는 역방향 순차매개모형, 세 가지 예측변인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자살사고에 기여한다고 가정하는 단순효과모형을 대안모형으로 상정하였다.
국내 대학교에 재(휴)학 중인 20대 대학생 290명을 대상으로 아동기 정서적 학대, 자살사고, 정서조절곤란, 와해된 대인관계 욕구를 측정하는 자기보고식 척도를 이용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아동기 정서학대가 자살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하여 가외변인을 통제한 위계적 중다회귀분석을 사용하였다. 다음에는 두 가지 잠정적인 매개변인들의 역할을 살펴보기 위하여, 일련의 회귀분석 외에, 구조방정식 분석을 사용하여 여러 대안적인 모형들의 적합도를 비교 평가하였다. 아울러, 부트스트랩 방법을 사용하여 간접효과를 분석하였다.
위계적 중다회귀분석 결과,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건강 및 가족 관련 변인들을 통제하였을 때 아동기 정서적 학대가 자살사고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였다. 구조방정식 분석 결과, 다른 대안적인 모형들에 비하여 아동기 정서적 학대와 자살사고의 관계에서 정서조절곤란과 와해된 대인관계 욕구를 순차적인 매개변인으로 상정한 모형의 적합도가 가장 우수하였다. 다만, 이 모형에서 아동기 정서적 학대에서 자살사고로의 경로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아동기 정서적 학대가 자살사고로 가는 경로를 제거한 수정모형이 원래의 순차적인 매개모형에 비하여 더 나은 적합도를 보여서 이를 최종모형으로 선정하였다. 최종모형의 모든 경로계수뿐 아니라 정서조절곤란과 와해된 대인관계 욕구를 통한 간접효과 모두 가 유의하였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의 결과들은 아동기 정서적 학대가 자살사고를 예측하는데 있어 유의하게 기여하며, 특히 정서조절곤란과 와해된 대인관계 욕구의 순차적인 매개역할을 거쳐 자살사고에 간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나아가, 이러한 결과는 대학생들의 자살사고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완화하기 위해서는 아동기 정서적 학대 경험자들을 조기에 식별하여 정서조절역량의 향상과 함께 그들의 소속감과 자기 가치감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개입의 적용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끝으로, 본 연구의 제한점과 의의에 관해 논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