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생물체의 행동을 식별하는 능력은 인간의 생존과 사회적 상호작용에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의 시각 체계는 살아있는 생물체의 움직임(biological motion)을 지각하는데 탁월하며, 이러한 사실은 Johansson(1973) 점빛 보행자 영상(point-light walker display)자극을 통해 밝혀졌다. 점빛 보행자 영상은 인간의 생체 관절에 작은 발광체를 부착한 후,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생물체를 촬영하여 관절 움직임 정보만을 보이게 하는 영상 자극이다. 우리는 점빛 영상 자극을 통해 점빛 대상의 다양한 사회적 정보들을 알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는 신원 정보다. 개인 신원 식별은 각 개인의 고유한 정보를 처리하는 인지과정으로 특히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본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연구들은 점빛 대상의 보행 혹은 춤 움직임을 통해 대상의 신원을 식별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하지만 보행과 춤은 큰 차이점이 있다. 보행은 각개인에게 고유한 단일 움직임이지만, 춤은 시간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연속적이고 복잡한 움직임이다. 또한 춤과 같이 복잡한 움직임일수록 명확한 움직임 특징을 제공하기 때문에 신원 지각이 더 쉽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춤 자극이 갖고 있는 신원 식별의 우세성은 춤 기반 개인 식별 학습이 더 용이할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동시에 보행 자극에 비해 춤 자극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복잡성은 학습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 또한 제기한다.
본 연구는 춤을 통한 개인의 신원 식별 효과가 훈련을 통해 학습될 수 있는지, 그 효과가 훈련에 사용되지 않은 새로운 자극으로 전이되는지를 확인하였다. 이를 위해 걸그룹 오마이걸의 춤 영상을 기반으로 점빛 춤 영상(point-light dance display)자극을 제작하였다. 점빛 춤 영상 자극은 점빛 보행자 영상 자극과 유사하지만, 보행이 아니라 춤을 묘사한 영상이다. 참가자들은 점빛 춤 영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훈련 회기 전후에 실시된 사전-사후검사에서 점빛 춤 영상을 보고 그 점빛 댄서의 신원을 식별하는 과제를 수행하였다. 춤 기반 신원 식별 학습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역균형화에 의해 선별된 세 명의 오마이걸 멤버들의 세 개의 춤동작 영상으로 제작된 아홉 개의 점빛 춤 영상 자극을 훈련시켜, 해당 조건(훈련 멤버-훈련 춤동작)에 대한 신원 식별 수행이 사후검사에서 향상되는지를 확인하였다. 또한 학습의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훈련에 노출된 멤버가 훈련에 노출되지 않은 새로운 춤동작을 추는 조건(훈련 멤버-비훈련 춤동작)과 훈련에 노출되지 않은 멤버가 훈련에 노출된 춤동작을 추는 조건(비훈련 멤버-훈련 춤동작)을 추가하여, 각 조건에서 사전-사후검사 간 신원 식별 수행에 차이가 발생했는지를 확인하였다. 통제조건으로는 훈련에 노출되지 않은 멤버가 훈련에 노출되지 않은 새로운 춤동작을 추는 조건(비훈련 멤버-비훈련 춤동작)을 추가하였다.
실험 결과, 훈련 멤버-훈련 춤동작 조건의 사전 및 사후검사 식별 점수 차이는 통제조건인 비훈련 멤버-비훈련 춤동작 조건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지만, 훈련 멤버-비훈련 춤동작 및 비훈련 멤버-훈련 춤동작 조건에서는 이 같은 경향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춤에서의 개인 신원 식별 효과가 훈련을 통해 학습될 수 있지만, 이러한 학습 효과의 전이는 발생했다고 볼 수 없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