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공공도서관은 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정치·사회·문화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사회적 역할과 기능이 변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효과적 대응을 위한 다양한 도서관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여 국제도서관협회연맹은 2014년부터 세계에서 매년 새롭게 개관한 세계의 공공도서관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1개 관을 선정 '올해 공공도서관 상'을 수여하고 있으며, 이 중 약 70%가 북유럽의 공공도서관이 수상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북유럽의 공공도서관에 주목, 연구를 시작하였다.
건축가 램 쿨하스나 세지마 카즈요가 그들의 건축 작업에서 '프로그램의 건축'을 주장하는 것은 공간을 활성화하는 데 있어서 공간 못지않게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적용하면 공공도서관의 공간프로그램은 공간디자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이들은 궁극적으로 도서관 정책에 의해 서로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북유럽 3개국의 도서관 정책-건축설계지침에 나타나는 공간프로그램- 공간디자인의 관계를 비교 분석하여 현대 공공도서관에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과 기능 변화에 대응하는 공간디자인 방법을 고찰하고자 한다.
연구 방법을 살펴보면, 정보연구학자인 브라이언 캠벨 비커리 교수가 정리한 도서관 구성 3요소인 시설, 자료, 운영자 측면으로 변화하는 공공도서관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정리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 공공도서관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 변화에 따른 접근성, 다양성, 유연성, 지속가능성, 상호작용성이라는 5가지 지향점이 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의 북유럽 3개국은 각국의 도서관 정책과 더불어 '공공도서관 노르딕 2.0'이라는 공동의 도서관 정책도 수립하였다. 그 정책들을 반영한 설계지침을 따라 건립된 도서관들은 '올해의 공공도서관 상'을 수상하였다. 수상을 한 북유럽 3개국의 공공도서관들은 덴마크의 디오케이케이원, 핀란드의 헬싱키 중앙도서관, 노르웨이의 다이크만 비요르비카 도서관이다. 이들을 연구 대상으로 도서관 정책-건축설계지침의 공간프로그램-공간디자인의 관계적 내용을 현대 공공도서관의 사회적 역할 변화에 따른 5가지 지향점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북유럽 3개국의 도서관 정책과 공간프로그램 관계를 접근성 등 5가지 지향점 측면에서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접근성에서는 이용자의 접근 편의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기반으로 이용자의 자율적 접근을 제공하는 공간프로그램을 구현하였다. 둘째, 다양성에서는 모든 이용자에게 맞는 도서관 환경을 지원해야 한다는 정책을 반영하여 모든 이용자가 선택,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프로그램을 제공하였다. 셋째, 유연성에서는 도서관 이용의 사회적 목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자유로운 평면 계획을 바탕으로 자료이용과 학습 활동에 대응하는 유연한 공간프로그램을 계획하였다. 넷째, 지속가능성에서는 도서관 활동의 지속적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와 연계, 디지털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공간프로그램을 구축하였다. 다섯째, 상호작용성에서는 이용자의 참여 가능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반영하여 자료이용과 학습 활동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공간프로그램을 활성화하였다.
상기한 북유럽 3개국 공공도서관의 지향점을 중심으로 공간디자인 분석내용을 종합하여 국내의 신축과 리모델링하는 공공도서관에 적용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이러한 도서 공간디자인 적용 방법을 현대 공공도서관이 추구해야 하는 공간디자인 방법이라고 판단하였다. 결론적으로, 현대 공공도서관의 공간디자인 방법을 체계적으로 도출하기 위해서 설계 항목인 입지 계획, 공간 구성과 층별 배치 계획, 동선 계획, 공간 요소별 디자인이라는 4가지 설계 항목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입지 계획은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라는 상징성을 갖도록 건축물의 형태, 도시 풍경의 전망을 확보하는 디자인 방법으로 지속적인 도서관 이용을 유도한다. 외부 프로그램과 연계한 야외 광장과 외부 접점을 갖는 건축물의 내·외부 디자인으로 다양한 행위를 유발한다. 외부 환경과 접근성을 고려한 다수의 출입구 주변의 카페, 영화관, 시민 서비스 공간과 같은 공간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시간성과 공간성을 확대, 이용자의 자율적 접근 편의성을 확보한다.
공간 구성과 층별 배치 계획은 자유로운 평면의 무주 공간에서 시각적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이드된 열린 공간과 글라스 월에 의한 닫힌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레벨 차이를 이용하여 공간 구획화를 한다. 이 공간디자인 방법은 시각적 연속성을 확보하면서 물리적 연결과 차단을 유연하게 할 수 있게 대응한다. 이용자의 자율적 정보 이용을 위하여 디지털 전광판, 무인 검색·대출·반납 기기와 같은 디지털 시설의 분산 배치로 지속적 활용 가능성을 증진한다. 도서관 정책을 반영한 공간프로그램의 층별 배치와 같은 방법으로 지역 사회와 이용자를 포용하는 다양성을 추구한다. 이용자의 소통과 교류를 위한 일상성과 전문성을 갖는 공간프로그램의 병렬 배치로 참여 기회를 확대한다.
동선 계획은 이용자의 체류성이 높은 공간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프로그램 배치하여, 공간의 시각적 인지를 용이하게 하며 다양한 공간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열람, 휴식,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라운지 공간을 분산 배치하면서 그 주변 공간프로그램을 시각, 공간적으로 연결하여 접근 편의성과 자율적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공간 요소별 디자인에서는 벽, 바닥, 천정을 통일감 있는 마감 계획하고, 투명한 글라스 월 재료 사용과 색채 계획을 통해 공간프로그램을 시각적으로 인지하게 하여 이용자의 자율적 접근성을 유도한다. 성 중립 화장실, 휠체어도 이용할 수 있는 유리 회전문과 같은 범용성을 갖는 디자인 방법으로 모두가 이용 가능한 다양성을 추구한다. 무주 공간의 로비 홀, 거대한 계단형 라운지 공간 같은 가변성을 갖는 공간프로그램으로 다양한 프로그램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지역문화의 스토리텔링, 이용자의 아이디어 발표, 여가 활동의 공간프로그램을 갖는 공간디자인에 의한 우연한 발견을 통한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여 이용자와의 상호작용성을 확대한다.
상기한 공간디자인 방법들은 현대 공공도서관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 변화에 대응하는 유용한 자료로서 향후 우리나라의 도서관 정책과 설계지침에 반영될 것이다. 그리하여 현대 공공도서관을 구성하는 공간디자인 방법론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