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은 여러 가지 도전이나 위협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적응을 이루어내는 개인의 탁월한 능력을 의미한다. 회복탄력성의 세계적 권위자인 매스텐(Masten)이 지적한 바와 같이, 회복탄력성은 우리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행복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일상의 마법(ordinary magic)이다. 이것은 누구나 연습과 실천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습득할 수 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회복탄력적인 사람은 사회적 역량, 문제 해결 기술, 비판적 의식, 자율성, 삶의 목적과 미래 의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가운데 도전과 역경에 슬기롭게 대처하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회복탄력성은 국내 3D 직종에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지역사회에서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대우, 낯선 환경에서 겪는 고독과 우울, 새로운 환경에서 유래하는 각종 스트레스, 어떻게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만 하는 압박감 등으로 인해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정신적 긴장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회복탄력성은 직무 만족도와 개인적 행복에 필수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수산업 분야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회복탄력성에 관한 심층 연구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다. 이에 이 연구의 목적은 한국의 어업 현장에서 높은 회복탄력성을 발휘하면서 긍정적인 적응과 발달 결과를 보이는 모범적인 인도네시아 근로자를 대상으로 그들이 직면하는 역경, 위험 요인, 보호요인을 밝혀내어 회복탄력적인 인도네시아 근로자의 개인적 특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데 있다.
이러한 연구 목적 달성을 위해 연구자는 경상남도 통영과 삼천포에 근무하는 멸치잡이 외국인 근로자 600여 명 중 통영(사량도)에 성공적으로 근무하는 인도네시아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사회 적응도가 높고 생산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높은 회복탄력성을 발휘한다고 판단된 8명을 선정하여 연구하는 모범 방법론(exemplar methodology)을 채택하였다. 분석을 위한 자료 수집은 구술 면접법을 통해 이루어졌다.
심층 면접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도네시아 근로자의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이 발견되었다. 회복탄력성에 관한 기존의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근로자의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주는 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은 개인적 요인과 맥락적 요인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다양한 하위 요인으로 구성된다. 인도네시아 근로자의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주는 위험 요인은 한국어 실력, 사회적 비교, 그리움, 신체적 건강과 같은 개인적 요인 그리고 기후, 체류 기간 제한, 문화적 차이, 노동 강도, 직장 이동과 같은 맥락적 요인으로 구분된다. 한편 인도네시아 근로자의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주는 보호 요인은 개인적 성품 강점, 삶의 목적, 낙관성, 종교성, 스트레스 완화 기법, 높은 삶의 만족도와 같은 개인적 요인 그리고 사회적 지지 네트워크, 존중과 인정에 근거한 직장 분위기, 높은 급여 및 복지 제도와 같은 맥락적 요인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국내 수산업 현장에 근무하는 인도네시아 근로자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모범 방법론에 근거하여 회복탄력성이 높은 인도네시아 근로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이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회복탄력성의 발휘는 보호 요인을 활성화하여 위험 요인의 영향력을 상쇄하는 것을 통해 가능하다. 회복탄력성의 보호 요인 중 개인적 요인은 개인적 강점과 역량을 통해 스스로 곤경이나 도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자원을 탐색하며,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의 직접 수행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개인적·맥락적 위험 요인의 감소에 도움을 준다. 한편 보호 요인 중 맥락적 요인은 개인적 보호 요인과 상호작용을 하거나 개인적 보호 요인의 실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우호적인 맥락을 제공하여 위험 요인의 활성화를 억제한다. 특히 존중과 인정에 근거한 사회적 지지 네트워크와 직장 분위기는 인도네시아 근로자가 회복탄력성을 발휘하기 위한 최적의 맥락적 보호 요인이다. 그러므로 인도네시아 근로자의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보호 요인을 확인하여 그것의 적극적인 활용을 독려함과 동시에 맥락적인 보호 요인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정책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이 연구는 사량도에서 멸치잡이 조업에 종사하는 인도네시아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이 연구의 결과를 수산업 현장에서 종사하는 모든 외국인 근로자의 회복탄력성에 적용하는 데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그러므로 회복탄력성과 관련하여 수산업 현장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국가별 특성을 살펴보는 후속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모범 방법론에 근거하여 회복탄력성이 탁월한 인도네시아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였지만, 향후 연구에서는 질적 연구와 양적 연구를 결합한 혼합 연구 방법을 통해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