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어는 대상이 수행해야 할 동작과 행위, 위치와 경로, 박자와 타이밍을 기록한 것으로서 시각적 기호를 통해 정보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이다. 즉, 지시사항을 기록하는 과정과 만들어진 스코어를 재해석하는 창작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본 연구는 창작의 지침서 그리고 놀이나 규칙 등으로 불리는 스코어를 마주한 연구자의 경험을 디자인 작업에 녹여내는 과정과 그 결과물을 엮어서 펼쳐 놓은 배열이다. 연구자는 임의로 설정한 시간 안에서 발생할 사건의 구조를 조율하고 디자인한다. 이를 위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안무가들의 스코어에 담긴 실험적인 시각 표현과 지시의 방식을 분석했다. 완성된 스코어는 해석을 기다린다. 누군가가 사건을 만들고 움직임과 소리를 낼 때까지. 스코어를 마주하는 이들은 나름대로 자신만의 규칙과 해석을 덧입은 채로 이 기다림의 시간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스코어를 통한 지시와 수행을 반복하며 디자인을 이어가는 것은 매번 다르게 행함을 상상하고 실천하는 과정임을 확인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