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급진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으면서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선언부터 메르스 갤러리의 미러링 스피치 운동(Mirroring speech),† 미투운동(Me Too Movement),†† 혜화역 시위†††까지 온오프라인에서 펼쳐지고 있는 페미니즘 운동은 한국 사회에 새로운 흐름이 되었다. 이런 사회 현상을 손희정††††은 '페미니즘 리부트(Feminism Reboot)'로 명명했다. 2000년대 활발하게 활동했던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온라인 페미니즘 이후 2015년 일명 '페미니즘 붐'이 일었고 페미니즘은 대한민국에 다시 부팅되었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많은 여성들은 기존 사회에 뿌리깊게 존재하던 여성혐오를 자각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여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대 상황에 발맞춰 디자인계 또한 여성혐오에 맞서는 디자이너들의 여러 움직임을 볼 수 있다. 페미니즘 운동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던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혐오 범죄를 지각한 여성들의 임파워링 과정에도 그래픽 디자인이 함께 했다. 신인아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페미니즘 만세 만세 만만세' 포스터, 오레오 스튜디오에서 미투 운동의 확산에 동참하고자 제작한 '미투 위드 유' 포스터뿐만 아니라 2018년 한국 페미니스트들이 치른 가장 큰 규모의 혜화역 시위에서도 그래픽디자인은 함께 했다.
† 남성들의 여성혐오 발화를 '앵무새처럼 똑같이' 말하여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운동이다. 정지영, (2015. 7. 6), "'마부장 놀이'에 맞선 '계집년'들의 퍼포먼스",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24737 (접속: 2022. 12. 9)
†† 미투운동(Me Too Movement)은 2006년에 여성 사회운동가인 타라나 버크가 소수자인 여성, 아동들의 피해 사실을 알리고 피해자 서로간에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용기를 내어 사회를 바꾸기 위해 창안한 것이다. 초반에는 익명으로 조심스럽게 시작했으나 운동이 확산되며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며 공개 운동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 한국 역사상 여성과 관련된 이슈로 진행된 시위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시위로 총 6차에 걸쳐 진행되었다.
†††† 대한민국의 문화평론가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하고, 현재는 경희대학교 비교문화 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페미니즘 리부트 후 페미니즘 디자인의 중요성과 페미니즘 디자인에 대한 2차 반응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2018년 6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젊은 여성 정치인과 함께 포스터는 선거 기간동안 많은 집중을 받았다. 그는 27세로 역대 서울시장의 최연소 후보이자 소수 정당인 '녹색당'의 '신지예' 후보였다. 그의 출마 포스터는 비슷한 나이대인 80년대 후반 출생의 사진가, 그래픽 디자이너 듀오, 의상 담당자 등 총 5명의 창작자가 작업했다. 햇빛 스튜디오의 박철희, 박지성이 아트 디렉션을 포스터는 기존 선거 포스터의 문법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상쾌하고 눈에 띄는 녹색 배경색과 턱을 들고 유권자를 향해 당당하게 바라보는 표정, 거기에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문구가 리본을 연상시키는 레터링으로 배치되었다. 그러나 포스터가 부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시 곳곳에서 후보의 눈동자, 이마, 입술 등 얼굴 부분을 훼손하는 사례들이 줄을 이었다. 여성혐오적인 벽보 훼손 사건은 오히려 이 디자인을 회자되게 했고 신지예 후보를 더욱 알리는 사건이 되었다. 신지예 후보의 벽보 훼손 사건은 시각 매체인 포스터 한 장만으로 페미니즘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과 디자인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볼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처럼 그래픽 디자인은 하나의 시각언어로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회구조의 부당함을 고발하고 이에 맞서 변화를 요구할 때도 디자인은 항상 선두에 있었다. 언어로만 전달하는 텍스트의 한계를 디자인의 직관적인 표현으로 극복할 수 있다. 변화에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것처럼 새로운 시선을 끌기 위해 시각적 언어인 디자인이 필요하다. 페미니즘이 사회에 중요한 이슈로 자리매김하면서 페미니즘 디자인 또한 우리 주변에 머물러 있다. 본 연구는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페미니즘 디자인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존재하고 작용하는지에 대해 분석한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존재한 여성혐오 표현을 다른 시각 어법으로 대치하고 해체하는 시도를 통해 그 의미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