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은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이 우리의 삶에, 인간 노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엇갈리는 전망은 기술도입과 노동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사회적 준비정도가 어떠한지에 따라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될지 긍정적 측면이 부각될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논의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실제 겪고 있는 디지털 전환의 효과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다소 막연한 전망이나, 장기에는 생산성 증가로 '모두가 잘 살게 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노동문제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미래 노동의 모습에 대한 막연하고 추상적인 논의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동의 변화 양상을 제대로 분석하고 그것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디지털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정에 설치된 정수기 등을 점검하고 관련제품을 판매하는 방문점검원의 노동실태와 디지털 기술도입이 이들 방문점검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실제 방문점검원의 노동은 이전 시기와는 다른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자가점검 제품이 출시되고 온라인 판매 등이 강화되면서 절대 다수의 방문점검원들이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노동통제는 더욱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방문점검원을 관리하는 지국에서는 특정 방문점검원의 하루 일과 등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방문점검원들은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노동으로 인한 무상노동시간의 증가도 경험하고 있었다.
현장 노동자의 구체적인 실태와 변화를 파악해야 제대로 된 정책을 개발할 수 있다.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디지털 시대가 불안정노동이 증가하는 시대가 될지, 인간의 노동이 존중받는 시대가 될 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고, 선택해야만 하는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