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경외하고 악을 멀리하며 동방에서 누구보다 위대하다고 평가받던 욥은(욥 1:1-3) 이유를 알 수 없는 재난과 친구들의 모함으로 인하여 신앙의 근간이 흔들린다. 그는 억울한 고난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하나님과, 또한 친구들과의 관계에 깊은 모순과 갈등을 느끼고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고 변호해 줄 중재자를 외부에 요청한다. 자기 자신의 무죄 입증의 문제에만 몰두하며 항변하던 그는 점차 자신의 입장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 즉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난을 경험하는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들에게로 시선을 돌려 그들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는다.
욥은 결국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하여 인간 존재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왜곡되어 있던 하나님에 대한 인식을 돌이킨다(욥 42:1-6). 지금까지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여겼던 자신의 신앙이 두려움으로 인한, 또한 본인의 안위를 위한 신앙이었음을 깨달은 그는 새로워진 믿음과 관계를 기반으로 중보자로의 부르심에 순종한다. 외부에서 중보자를 찾던 욥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면서 결국 본인이 직접 중보자의 자리에 선 것이다(욥 42:8-10). 그리고 그가 경험한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은 마침내 공동체의 회복으로 이어진다.
42장에서 욥이 중보자로 부르심을 받을 때 사용된 '중보하다'라는 의미의 '히트팔렐(התפלל)'은 이전에 욥이 무죄 입증만을 염원하며 요청하던 '변호인', '증인'과 같은 의미의 법적 용어들 - 모키악흐, 에디, 싸하디, 믈리짜이, 고알리 - 과는 그 쓰임과 분위기가 다르다. '히트팔렐(התפלל)'은 42:8에서 '내가 그를 기쁘게 받으리니'로 번역된 '파나브 에싸(פניו אשא)'와 함께 사용되는데(개역한글, 개역개정) 이는 '내가 그의 얼굴을 들어 올리겠다'라는 뜻으로, 하나님의 친밀하고 호의 넘치는 초청이다. 또한 여기서 욥이 해야 하는 중보기도는 의로운 자를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원수가 된 친구들의 회복을 위하여 드리는 기도이다(42:8-10). 욥기 전체에 걸쳐 드러난 욥의 심경과 관계성의 변화와 함께 여기에서 주어진 '중보기도'의 의미를 생각해볼 때 중보자는 단순히 옳고 그름을 밝히고 증명하는 역할을 넘어서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관계의 회복을 위하여 간구하는 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욥을 단지 인내하는 자로 바라본 교부들의 전통적인 견해와 욥을 저항적인 인물로 보면서 그의 고난을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현대적인 견해 모두를 재고한다. 오히려 고난에도 침묵하는 욥의 모습, 그리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어 하나님께 따져 묻고 항변하는 욥의 모습 속에서 인간 보편의 특성을 갖는 욥의 내면과 인간의 한계를 조명할 것이다. 또한 욥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며 그의 신앙과 관계성의 문제를 고발하고 나아가 중보자로 거듭난 욥이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하여 고난의 가치를 규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신앙과 은혜, 중보자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하고 개인과 공동체 회복의 원리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방대한 범위임에도 불구하고 본 논문은 욥의 심리와 변화 과정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하여 욥의 기도와 발언에 해당하는 모든 본문들을 연구 대상으로 다루었다. 욥기가 원어의 해석이 어렵고 난해한 문장이 많아 역본마다 상이한 번역이 많은 이유로, 히브리어 마소라 본문의 원어적 의미 연구와 더불어 여러 성경 역본들을 자세히 비교·대조하여 연구함으로써 다양한 해석자들 사이의 대화를 시도하였다.
기독교는 역사적으로 끊임없는 갈등과 분열을 경험해 왔다. 지금도 새롭게 일어나고 있는 반유대 정서와 더불어 기타 여러 모양의 수많은 문제들이 도처에 존재한다. 욥의 고난과 중보자로의 성숙이 주는 교훈을 통하여 분열된 개인 스스로의 신앙으로부터 공동체간에 관계 회복을 일으키는 화해자로의 성숙을 돕는 데에 본 연구의 목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