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한국교회 영성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의 방향을 가늠해 보려는 의도로 한국교회 회중영성에 초점을 둔 연구이다. 일반적으로 영성연구에 관한 학계의 관심이 주로 개인영성과 특히 뛰어난 역사적 영성가들의 연구에 집중되는 것과 다르게, 본 연구는 평범한 평신도들의 공동체로서 회중의 집단적 영성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자는 회중영성의 형성과 표현의 핵심에 회중찬송이 있다고 보고, 한국교회의 회중이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도록 불러온 찬송의 가사들을 분석하고 그 영적 의미들의 해석을 통해 한국교회 회중영성의 형성과정을 추적해 보려고 하였다. 회중찬송가가 종교개혁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개신교 회중예배에서 핵심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회중찬송가가 회중의 영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주의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회중영성의 형성과 표현 매체로서 회중찬송가사에 주목하려고 한다.
본 연구는 회중찬송가에 담긴 모든 영적 요소들을 검토하려는 것은 아니다. 본 연구자는 한국교회 회중영성의 원천이 되는 은유를 '보혈'로 가정하고, 보혈을 주제로 하는 찬송가사들을 집중 연구하였다. '보혈'의 은유는 물론 서구선교사들에 의해 전수된 것이지만 한국교회 회중에게 기독교복음을 대표하는 가장 강력한 이미지로 받아들여졌다고 본 연구자는 생각한다. '보혈'은 그리스도님의 십자가 고난과 그 대속적 은총을 지시한다. 그렇지만 '보혈'은 그 어떤 추상적인 신학적 용어보다도 함축적으로 대중의 의식에 복음의 핵심을 감각적으로 파고들게 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자는 한국교회 회중영성을 '보혈영성'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한국교회 회중이 보혈영성을 학습하고 형성하고 표현하게 한 매체가 바로 회중찬송가이다.
본 연구는 한국교회 회중영성을 통계학적으로 혹은 현상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연구조사가 아니다. 이런 접근은 본 연구 목적에 부적합할뿐더러 사실상 불가능하다. 본 연구는 특정 개인들에 관한 연구가 아니라 특정해서 한계 짓기 어려운 회중의 영성을 연구하기 때문이다. 회중영성은 개인을 초월해 긴 시간에 걸쳐 형성되고 변화하기 때문에 사회조사방법론의 범위를 벗어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전통적인 역사적 문헌연구 중심의 해석학적 방법을 사용한다. 공동체 영성연구에 있어서 집단의식은 개인의식보다 상당히 긴 역사적 변천을 거치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역사적 반성을 요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는 역사적 문헌해석의 방법을 채택한다.
본 연구는 한국교회 회중영성으로서 보혈영성의 형성과 변천 및 그 특징을 추적하기 위한 방법으로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출판된 주요 공인 찬송가집들에서 발견되는 보혈 주제 찬송가곡들을 분류하고 그에 담긴 신학적 영적 특성을 분석하였다. 자료의 충실성을 높이기 위하여 연구자가 아는 한 모든 출간 찬송을 빠짐없이 조사하려 하였고 특정 교파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모든 교단별 찬송가집들을 조사하였다.
조사대상 찬송가사는 '보혈'을 포함하는 모든 가사들이며 찬송가사는 일반적 시어들처럼 임의로 해석하는 것이 용인되지 않음으로 연구자는 보혈찬송가사의 의미를 해명하기 위해 성경과 구속 신학적 맥락을 고려하여 접근하였다. 그리고 보혈찬송의 분석과 해석을 통하여 찬송가사에 포함된 '보혈' 혹은 '피'의 이미지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의미로 이해되는지, 그 신학적 성격을 어떤 것인지를 들여다보았다. 그 결과 한국교회 회중이 지닌 보혈영성의 핵심은 '죄'와 '용서'임을 알 수 있었다. 아울러 근래에 한국교회에서 보혈찬송곡이 자주 불리어지지 않는 경향에서 회중영성의 변천을 읽을 수 있다고 보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바람직한 방향성은 무엇일까 하는 것에 대한 대안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