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독일 내 한국인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유교가치관이 한민족 정체성으로 기능하는지 그 타당성을 알아보고자 하는 데 있다. 나아가 유교가치관이 문화변용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여 유교가치관의 특성 및 발전방향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한다.
연구의 독립변수는 유교가치관, 유교적 태도·행동[정서억제, 체면민감성]이고, 종속변수는 소셜미디어(social media)상호작용, 문화변용[문화변용정체성, 문화변용유형집단]이다. 이 때 유교가치관은 세계관, 조상관, 인격수양, 인의예지, 부자관, 부부관, 붕우관, 장유관의 8 개 하위요인으로 구성된다. 종속변수인 소셜미디어상호작용은 한국소셜미디어상호작용과 독일소셜미디어상호작용으로, 문화변용정체성은 한국문화유지편향과 독일문화참여편향으로 구분된다. 문화변용유형집단은 존 베리의 문화변용이론에 근거하여 통합, 동화, 분리, 주변화로 나뉘어진다. 연구는 2022 년 3 월 7 일부터 4 월 11 일까지 독일 내 한국인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온라인설문지를 통해 진행되었다. 총 215 명[남자 61 명, 여자 152 명]의 응답이 연구에 사용되었다. 연구대상의 대부분은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한국 출생, 한국 국적의 이민 1 세대였다. 그들의 평균 독일 거주기간은 11.4 년이었다.
본 연구의 결론은 아래와 같이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유교가치관과 체면민감성은 독일 내 한국인 재외동포의 한민족 정체성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재독한인 재외동포의 유교가치관과 체면민감성이 높을수록 한국소셜미디어상호작용이 높았고, 한국문화유지편향이 높았기 때문이다.
둘째, 정서억제는 재독한인 재외동포의 한민족 정체성이라고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정서억제가 높을수록 한국소셜미디어상호작용이 낮아졌으며, 한국문화유지편향과의 관련성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재독한인의 정서억제는 독일문화참여편향과는 역방향으로 상관관계에 있어 문화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유교가치관이 문화변용에 있어 이질적 두 문화 사이에 화(和)를 통해 통합을 이루는 긍정적 기능을 하였다. 문화변용 통합유형집단에서는 높은 유교가치관이, 주변화유형집단에서는 낮은 유교가치관이 나타났다. 즉, 유교가치관은 재독한인의 독일사회로의 통합에 기여하고 주변화를 저지하였다.
넷째, 정서억제와 체면민감성은 독일문화참여편향을 저지하였다. 또한 재독한인 재외동포의 동화유형집단에서는 낮은 정서억제와 낮은 체면민감성이 나타났다. 한편, 높은 정서억제는 주변화 유형집단에서 많이 발견되었고, 높은 체면민감성은 분리유형집단에서 많이 발견되었다. 이를 통해 정서억제와 체면민감성이 독일사회에 수용되기 어려운 행동양식임을 유추할 수 있다.
다섯째, 유교가치관 하위요인 중 부자관, 세계관, 인의예지가 높을 경우 재독한인 재외동포의 독일사회로의 문화통합에 기여하였다. 세계관과 부자관은 또한 주변화를 저지하였고, 인의예지는 동화를 저지하였다. 앞으로 유교가치관 하위요인 중 부자관, 세계관, 인의예지가 민족정체성 교육으로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