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마리 에밀 라캉은 자신의 저서 『에크리(Écrits)』 를 통해 욕망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욕망이란 삶의 원동력 그 자체라 말한다. 또한 무의식으로 결여되어 비워져 버린 공간을 채우기 위함의 욕망을 뜻하기도 하는데, 건축과 욕망 간의 상관관계에 있어 의식적이나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건축 이미지는 언어적 접근이라는 매개적 고리를 통해 그 관계를 형성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이란 공간에 구체적으로 위치하여 삶의 순간들을 살아가는 공간적인 존재로서 몸을 부딪치며 살아가는 이 공간 속을 평범한 현실적 공간이라 자각하지만, 이는 결코 실재의 세계가 아닌 비물질화의 개념 '보이는 것 이상의 것'으로써 이동, 속도, 기억과 같은 개념들을 통해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감각적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시퀀스 속에서 기억되는 것으로부터 건축적 공간을 구성하는 일종의 욕망이 만들어낸 환상의 공간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실제 세계라고 믿었던 것은 전부 언어로 만들어진 가상 세계에 불과하며 이 과정에서 인간은 이러한 실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곳에 욕망을 투사하고 의미의 세계로 채운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욕망과 밀접하게 연관된 건축이 분명한 물질적 실체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외적 공간과 동시에 내적 공간으로 지각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 공간을 감각으로만 지각하는 것이 아닌 정신과 심리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인해 공간을 인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건축적 대상들은 인간의 구축적 욕망의 구현물로서 외부에 있는 사회, 문화, 시간, 자본, 기능 등과 같은 외적 요소들을 담으려는 주체의 욕망으로 인해 구축된다. 이는 건축에서 욕망의 문제는 외적 공간만이 아닌 내적 공간에서 건축의 존재 가치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당연시되었던 실재의 개념이 혼동되어 인간의 지각과 경험, 인식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요구하게 되었고, 이는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질적 가치 및 불확정성 등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게 되며 의미와 정보, 지식, 시간 등의 추상적인 요소들의 표현 및 생산에 대한 움직임이 형성되었다.
이는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언급하는 일반적인 접근에 대한 거부와 의미생산에 있어 건축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위의 내용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는 의미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기존의 의미를 전복하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 만들어 나갈 것을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건축 활동이 장 누벨의 차이의 생성이자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특이성은 결국 특이함, 차이라는 개념으로써 그의 건축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비일상적인 상황 연출이나 비 물질성의 표현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환상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욕망과 환상은 주체의 실존과 직결되는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으며 건축에서의 환상은 구축과 생성의 원리이자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건축공간의 욕망과 환상의 상관관계에 있어 건축의 주체적인 욕망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함으로써 공간을 구축하는 주체, 의미 생성, 구축 논리 등을 심층적인 측면에서 밝히고 건축의 물질성만으로 환원되지 않는 건축의 무의식적인 담론 구조를 드러내고자 한다. 현대 건축을 해석하는 데에 있어 기존에 다루어지지 않았던 라캉의 욕망 이론을 활용한 새로운 틀을 구축하여 욕망-환상이라는 건축공간의 환상적 작동방식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에 장 누벨의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비일상적인 상황의 연출이나 비 물질성의 표현이라는 일종의 환상 표현이라 할 수 있는 차이에 대한 특이성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으로부터 건축물들을 사례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의미 생성으로서의 욕망-환상의 공간적 표현방식의 특이성과 효과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제 1장에서는 본 연구의 배경 및 목적과 구체적인 연구의 범위 및 방법을 서술한 뒤 연구의 흐름도를 제시한다. 이후 욕망 이론 관련 연구와 환상적 공간에 관한 선행연구, 장 누벨의 건축에 관한 선행연구들을 분석하여 주제의 당위성과 차별성을 밝히도록 한다.
제 2장에서는 자크 라캉의 욕망에 관한 이론의 전반적인 이해를 위해 인간의 주체와 무의식을 통해 욕망이 등장하는 이유와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인 욕망의 근원에 대해 이론적인 토대를 마련한다. 이후 라캉의 정신분석에 근거하여 욕망의 존재 이유를 살펴보고 이에 파생되어 나오는 환상에 대해 유형을 도출한다. 이후 이론과의 접목을 통해 '탈 물질성', '양 차원성', '명멸성', '허상성'이라는 현대적 특성을 도출하고 이에 건축 공간의 특이성을 드러내기 전에 욕망-환상으로서의 현대적 관점의 특성을 분석하여 재해석한다.
제 3장에서는 특이성의 의미를 고찰하고 공간에서 보여지는 특이성의 표출 유형을 분석하여 그에 따른 키워드 요소를 추출한다. 이후 욕망-환상의 현대적 특성과 공간적 특이성의 키워드를 연계하여 연구자만의 언어로 욕망-환상의 공간적 특이성을 도출한다. 그 결과 3장에서 도출한 욕망-환상의 공간적 특이성은 '해체-정체성의 모순', '물질-비물질의 찰나', '표상-비표상의 자기부정', '메타-커뮤니케이션의 발생'의 4가지의 큰 틀로 환상에 대한 공간적 특이성을 나눌 수 있었다.
제 4장에서는 3장에서 도출된 욕망-환상의 공간 특이성의 표현 양상을 통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프랑스 출신 건축가 장 누벨의 작품을 사례로 하여 그의 작품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드러나는 욕망-환상의 공간적 특이성의 구현 방식을 도출하여 건축적 의미와 효과에 대해서 알아본다. 사례 분석 범위는 장 누벨의 건축 작품 중 2010년대 이후의 건축물부터 가장 최근에 구축된 작품들까지 실제 완공된 작품들로 한정하며 다수가 공유하고 접근이 용이한 공적인 공간으로 범위를 한정하였다. 각각의 작품 사례에 앞서 도출된 욕망-환상의 공간적 특이성의 조형 언어를 대입함으로써 장 누벨과 건축과의 관계를 재해석하고 작품 속에 어떻게 라캉의 욕망적 언어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며 환상으로서의 공간적 특이성의 세부 특성들이 표현되는지를 분석한다.
제 5장에서는 연구한 내용을 최종적으로 정리하여 본 연구의 의미와 현대 건축에서 드러나는 욕망-환상의 관점으로 본 공간적 특이성의 가치를 서술한다.
본 연구를 통해 도출된 결론은 욕망을 통한 환상에 대한 고찰은 현대에도 꾸준히 공간에 대한 욕망의 결핍, 이질화로 사유의 확장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의미를 생성하고 소멸함을 반복하는 욕망적 환상을 언어로 조형화하여 현대 건축 공간에 존재하는 욕망-환상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현대적 특성의 욕망-환상을 시간 변화에 따른 공간적 특이성에 적용함에 따라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진 공간 경계에서 벗어나 모호하고 낯선 경험에서 나오는 환상에서 드러나는 욕망-환상의 공간적 특이성을 도출하였다. 욕망-환상이 반영된 공간은 물리적인 측면뿐 아니라 감각, 시간, 비물질, 가변적 요소 등 인식적인 측면을 통한 특이성과 유기적인 상호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는 건축가 장 누벨의 작품에서 욕망-환상의 공간적 특이성이 다분히 표현되고 있어 이를 분석함에 따라 이후의 공간적 표현에 있어 다양한 적용의 가능성을 포착하였다.
본 연구는 디자인의 경계와 공간론에 있어 일상적 공간에서 욕망을 통한 환상을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비일상적인 상황의 연출이나 비 물질성의 표현인 현대 공간 특이성의 새로운 해석의 틀을 제공한다. 끝으로 본 연구가 욕망적 환상의 관점으로 공간적 특이성의 영역을 해석할 가능성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