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중에서도 보험업은 가장 분쟁과 법적 다툼이 심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무형의 보험상품을 구매한 보험소비자는, 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보험금을 청구할 시점에 가서야 해당 상품의 품질과 문제점을 인지하는 실정이다. 또한 보험자가 일방적으로 미리 작성한 약관에 의해 계약조건 및 내용이 결정되고, 그 용어와 설명이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년의 보장 기간이 경과하는 동안 주의사항 등을 보험가입자가 숙지하고 있기가 쉽지 않다. 금융 산업이 겸업화, 통합화, 특약화 되는 경향이 두드러진 작금의 현실에서 보험자와 보험소비자 사이 정보의 비대칭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특히, 국내 보험관련 민원은 대부분 불완전 판매와 관련되는데, 이는 보험업계가 성과 중심적인 방향으로 운영되어, 보험상품에 대한 설명 의무에 충실하지 못하고 영업 실적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는 현장의 관행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논문은 불완전 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보험상품 설명의무의 이행 기준을 제시하며, 설명의무 위반이 있을 때, 보험소비자 구제를 위한 합리적인 방법을 연구하는데 목적이 있다.
본 연구는, 1) 보험상품 판매시 설명의무와 관련한 국내 법률의 해석과 판례의 입장을 살펴보고, 2) 보험자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약관에의 편입무효와 '금융소비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손해배상책임 및 위법계약해지권에 대하여 그 차이점과 효과를 파악할 것이다. 그리하여 3) 최근 논란 중인 즉시연금보험 분쟁 사건의 1,2심 판결의 요지를 분석하고, 보다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보험상품 판매시 보험자의 의무와 관련된 법률에 대한 해석을 살펴보았다. 2021년 3월, 통합 금융 법률인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시행으로,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보험자의 정보제공의무가 더욱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적합성 원칙과 적정성원칙은 순수보장성상품에는 적용되지 않는 한계가 있으므로, 상법 보험편 및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규정하는 보험자의 설명의무는 보험소비자 보호를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다. 그런데, 위 세 가지 법률에서 각각 규정하고 있는 설명의무는 그 내용과 범위, 위반 시 효과가 완전히 다르다.
현재 대법원 판례의 주된 입장은, 약관규제법의 규정에 따라, 보험자가 약관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해당 약관은 계약의 내용이 되지 못하여 보험자로 하여금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이처럼, 약관 조항의 편입 무효로 해석할 경우,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여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될 수 있는 위험성과 함께, 보험소비자 측의 과실을 참작할 수 없는 점 등 한계가 발견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손해배상책임 규정을 적용하면, 보다 합리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판단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신설된 제44조에 따라 소비자는 보험회사 또는 보험설계사 중 선택적으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舊보험업법 제102조를 원용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에 따라 보험회사에 사용자 책임에 준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 보험 영업 시장의 대세인 독립법인대리점(GA)의 불완전 판매와 관련하여, 그 중 대형GA와 그 소속 설계사의 행위에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하자는 주장에 대해 검토한 결과, 대형GA의 배상책임을 무겁게 하는 규제적 입법보다는 GA영업의 체질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실제 감독기관의 GA에 대한 감독, 교육, 계도 노력은 단기간 내 유의미한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새로이 도입된 제47조 위법계약해지권에 대해 살펴본 바,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의 명백한 同법률 위반 계약에 대해 소비자의 재산상의 손해 없이 계약을 해지시킬 수 있도록 하여 가장 효율적이고 유력한 소비자 보호책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권리는 장래에 향해서 효력을 발생시킨다는 점과 반환청구권의 범위에 대해 시행령상 명문 규정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상법 제649조 소정의 임의 해지권과 차이가 없는 실효성 없는 조항이 되지 않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7조 제3항 규정을 수정·강화하여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은 그 어떤 비용도 요구할 수 없고, 투자원금 또는 보험료 전액을 환급하도록 소급효에 준해 강행규정화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험자의 설명의무와 관련된 최근 주목할 사례로, 생명보험 상품인 즉시연금보험 분쟁에 대한 법원의 1심 및 2심 판결이 나오고 있다. 이 분쟁은 2017년부터 시작되었는데,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상속연금(만기환급형) 즉시 연금 가입자 모두에게 과소 지급한 보험금을 추가 지급하도록 권고했으나, 보험사들이 해당 조정 사례를 제외하고 일괄지급을 거부해, 소송이 제기되었다.
이는 약관의 해석 방법 및 보험자의 상품 설명의무 위반 여부, 同의무 위반 시 효과가 쟁점이다. 보험사들이 모집에 유리한 약관 조항만 강조 설명하고, "매월 지급되는 연금액은 만기환급금 재원을 위한 적립액을 공제하고 지급한다." 또는 "금리 하락 시기에는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 금액보다 더 적은 금액이 월연금액으로 지급될 수 있다" 같은 불리한 사항은 약관이 아니라 사업방법서 등에 기재하여, 이를 명확히 설명하지도 않은 채, 소비자와 계약을 체결하여 문제가 되었다.
해당 사건들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현재 내려진 1심, 2심 판결들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그리고, 보험업법 등에 근거하여 내려졌다. 지금까지 소비자가 승소한 판례들에 따르면, 만기환급금 재원을 위한 적립액을 공제하고 월연금액을 지급한다는 사항과 그 때문에 금리 하락 시기에는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 금액보다 더 적은 금액이 월연금액으로 지급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약관에 명시되지 않았고, 고객에게 설명되지도 않은 것을 근거로, 약관규제법 제3조 제4항을 적용하여 보험계약의 내용으로의 편입을 무효로 하고 최초의 연금 보험금 (만기환급금 재원을 위한 적립액을 공제하지 아니한 금액)을 기준으로 차액을 지급할 것을 명하고 있다.
본 연구는 보험자의 설명의무 위반시 약관규제법 제3조 제4항을 적용하는 것보다는 舊보험업법 제102조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4, 제45조)를 적용하여 해결하는 것이 보험계약자의 과실상계를 개별적으로 적용하고 미지급보험금을 계상하는 데 있어서 형평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라고 보았다. 즉시 연금 사건에서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상품 약관에 지시문구로 구체적인 내용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핵심 사항 기재를 생략해버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도 않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