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한국 대중문화에 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케이팝의 주류인 아이돌의 아이덴티티에 관한 고찰이다. 아이돌은 케이팝의 장르를 주도하며, 케이팝을 더 이상 듣는 것으로만 그치게 하지 않고 시각성을 겸비한 독특한 음악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돌에게 있어서 비주얼 콘셉트(Visual Concept)는 아티스트(Artist)의 특성을 살리고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하여 특히 강조되고 있으며, 단순한 시각성을 넘어 그들로 하여금 대중에게 큰 환상과 몰입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디자인적 고려가 필요하다. 이런 요구에 힘입어 디자이너는 단지 기획을 구현해내는 후반 제작 담당자의 역할이 아니라,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All-around player)로서 기획·촬영 등 사전 제작 단계부터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전 제작 과정에 참여하며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본 논문은 아이돌 아이덴티티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의도하는 결과물을 창출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공식 유튜브 계정의 구독자 수 기준으로 선정한 보이·걸 그룹 각 상위 15위까지(총 30팀)의 3세대(2010년 초·중반 이후)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그들의 아이덴티티 특성을 범주화하였고, 케이팝 분야에서 확장되어 온 디자이너의 역할을 기반으로 효과적 활동을 위한 전략적 요소를 제시하였다.
본 논문은 아이돌이 서비스·제품·기업 등과 달리 인간이라는 점에서 출발하여, 가변성을 지닌 인간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그들의 아이덴티티와 활동 전략을 탐구하고자 한다. 아이돌은 연예 기획사의 치밀한 설계에 의해 탄생한 '가상 캐릭터(Fiction Character)'와 실존하는 아티스트 본연의 '실제 캐릭터(Real Character)'라는 두 가지 속성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 캐릭터(Hybrid Character)라고 정의할 수 있다.
아이돌 아이덴티티의 특성에 대해서는 되도록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언어적·비언어적 요소인 '일관적 성격의 아이덴티티'와 시간과 환경에 따라 변화될 수 있는 행위·시각 요소라는 '가변적 성격의 아이덴티티'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고찰한다. 또한 아이돌 아이덴티티를 강화할 전략적 측면으로는 대중에게 환상과 몰입감을 줄 수 있는 '그룹의 스토리텔링 강화'와 멤버 각 개인의 강점을 개발·강조하는 '개인적 특성 강화'의 두 가지를 제안한다.
아이돌은 브랜드화된 가상의 캐릭터임과 동시에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실제의 인간이라는 이중·복합적 성격을 아이덴티티로 가진다. 특히 인간으로서 자기 의사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며,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대중에게 공감과 몰입감을 준다는 것을 디자이너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본 논문이 아이돌의 특성과 시대의 요구 및 흐름에 맞춰 아이돌을 전략적으로 설계하며, 세계 대중음악산업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나아가 각 기업의 제품 브랜드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아이돌 역시 가치 있는 디자인 분야로 인식되어 후속 연구가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