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저개발국을 대상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상원조을 활용한 유엔 총회에서의 매표행위를 실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 나아가 저개발국이 양국 중 한 국가로부터 원조를 제공받았을 때와 양국 모두에게 원조를 제공 받았을 때의, 양국에 대한 유엔총회 투표 유사도를 비교함으로써 양국 무상 원조의 저개발국에 대한 영향력 변화를 파악한다. 이를 통해 복수의 경쟁하는 공여국의 무상원조가 상호 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확인한다.
양국의 원조를 통한 자국 이익 추구 행위를 실증하기 위해서, 유엔총회에서 수원국과의 투표 유사도와 원조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연구들이 발표 되었으나, 그 연구결과는 일관성이 없으며 혼재된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의 비일관적인 연구결과가 세 가지 측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보고, 이를 보완하여 연구를 설계했다.
첫 번째로 과거 연구에서는 무상원조와 차관을 모두 포함하여 원조와 유엔총회에서의 투표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이는 상환의무에 따른 무상원조와 차관의 차이로 인해 수원국이 두 개의 원조에 대해 갖는 의식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였다. 두 번째로 선행연구에서는 수원국이 원조에 의존적인 정도에 따라 변화되는 원조의 영향력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많은 선행연구에서는 원조가 수원국의 투표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 모든 수원국을 연구 대상으로 두었다. 또한 한 개의 공여국으로부터 원조를 제공받을 때와 두 개 이상의 공여국에서 원조를 제공받을 때의 특정 공여국에 대한 원조 의존도 변화를 측정하는 연구가 부족했다. 마지막으로 원조가 제공된 후 수원국이 원조에 영향력을 경험하기까지 기간이 필요하지만, 일부 선행연구에서는 분석 기간을 5 년 미만으로 두었다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패널 데이터를 활용하여 2000 년부터 2017 년까지의 미국과 중국의 무상원조가 유엔총회에서 45 개 저개발국의 투표 행위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결과 미국의 무상원조는 저개발국와의 투표 유사도를 제고하는데 유의미함이 확인된다. 저개발국이 미국으로부터 제공받은 무상 원조가 증가할수록 미국과 동일하게 투표하게 됨이 밝혀졌다. 하지만 중국의 무상원조는 투표 유사도 증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이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무상원조를 동시에 제공받은 경우 미국 무상원조만 제공받을 때와 비교하여, 미국 무상원조의 저개발국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했다. 이를 통해 중국의 무상원조는 미국의 무상원조 영향력을 상쇄하는 간접적인 효과를 발휘함이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