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유아의 물감 놀이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유아가 어떤 방식으로 물질과 관계 맺고 상호작용하며 경험하는가에 집중하여 유아와 물감이 얽혀 만드는 '진짜' 놀이를 사유해 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설정된 연구 문제는 '유아와 물감이 만나 생성되는 놀이는 어떠한가?'이다. 연구 참여자는 D어린이집의 만4세 소망반 유아들과 담임교사이다. 연구 기간은 2021년 9월 28일부터 2022년 1월 25일까지이며, 일주일에 약 2~3회 오전 실내놀이시간에 참여관찰을 진행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유아와 물감은 마치 처음처럼 다시 만났다. 유아가 물감을 만나는 첫 단계였던 물감 짜기 행위는 우연하게 거품물감 놀이로 이어졌다. 물감 놀이는 자유롭게 흘러갔고 이를 통해 교실 속 모든 주체가 다시 만나고 새롭게 관계를 맺게 되었다.
둘째, 물감은 유아의 신체적 감각을 깨웠고 유아는 물감을 통해 감각적 경험을 발산하였다. 물감은 유아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손으로 만지고, 온몸으로 감각하기에 충분한 대상이었다. 물감을 통한 감각적 경험은 단순히 몸으로 물질을 탐색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셋째, 유아는 물감과 물감, 물, 다른 매체 등을 섞고 색을 입히며 차이와 경험을 만들어갔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유아의 섞기 행위는 놀이를 즉흥적으로 흘러가게 하고, 목적 없는 즐거움을 가져다주었으며, 혼색의 과정에서 조절과 심미감을 발견하게 하였다.
넷째, 유아는 물감과 물의 특성과 관계를 다양하게 탐색하였다. 물 가득한 물감 놀이, 물이 흘러가며 남긴 물감 놀이, 물이 전혀 없는 진득한 물감 놀이, 건조 후 물감 놀이를 통해 유아들은 다채로운 놀이와 배움을 만들어갔다.
다섯째, 유아는 여러 형태의 물감을 탐색하며 경험하였다. 고체물감, 도트물감, 스프레이물감 등은 특별한 용도나 목적보다는 그 자체가 놀이 자료가 되어 유아로 하여금 또 다른 형태의 물질성을 활용하여 놀이하게 하였다.
여섯째, 유아는 물감 놀이를 통해 또래와 관계 맺고 소통하였다. 유아들은 물감이라는 흥미로운 놀이 매체를 통해 하나로 모여들고, 상호 교류하며, 서로 얽혀 함께 되어갔다.
본 연구는 기존의 관습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유아와 물감이 만나 생성되는 놀이 과정을 다시 보고 사유하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놀이 속 주체자들의 힘을 믿고 그들의 사이-내부작용을 유심히 들여다본다면 놀라울 만큼 재미있고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유아와 물질의 자유로운 교류에 집중하고 물감 놀이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경험과 현상을 의미 있는 배움의 장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