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전통적인 철학적 담론에서 신체는 영혼을 담는 도구이자 하나의 방법적인 기제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현대 신경생물학의 과학적 지식과 근대 철학은 서구의 지배적인 철학 전통에서 벗어나 신체의 권리를 찾아주고 체화 인지(embodied cognition)를 제시한다.
체화 인지 이론은 인지나 정서와 같은 정신적인 영역이 신체와 신체를 중심으로 하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경험적 차원에서 설명된다고 본다. 즉 신체의 감각운동 영역이 교차영역사상이 되어 주관적 경험 영역에 자동적·무의식적으로 투사됨으로써 신체가 정신적인 영역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한편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가치관의 혼란과 스트레스를 초래한다. 이에 주어진 환경에서 문제를 다각적인 시각으로 고안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유연한 대처와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인지적 유연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인지적 유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체화 인지 이론에 근거하는 움직임을 제시하고 mRNA-sequencing을 통해 그 기저를 확인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유연한 움직임과 비유연한 움직임의 안무를 구성한 후 예비실험을 거쳐 본실험에서 52명을 대상으로 각 움직임 안무의 사전-사후에 인지적 유연성 수준을 측정하였다. 예비 실험에서 유연한 움직임과 비유연한 움직임의 안무난이도 및 주관적 운동강도의 사전 동질성 검증을 위하여 독립표본 t검증을 진행하였다. 예비 실험과 본실험에서 유연한 움직임 집단과 비유연한 움직임 집단 간 인지적 유연성의 사전-사후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혼합설계 분산분석(mixed ANOVA)을 실시하였으며, 실험의 효과 크기를 알아보는 데에는 에타제곱(η2G)을 이용하였다. 이후 인지적 유연성의 변화에 대한 기저를 확인하기 위해 mRNA-sequencing 실험을 수행하였다. 1차 실험 12명, 2차 실험 6명을 선정하여 사전-사후에 타액을 채취하였으나 RNA 양의 부족과 추출(extraction)된 RNA의 분해(degradation)로 mRNA 포획(capture)이 원활하지 않아 실험이 중단되었다.
연구 결과, 유연한 움직임 집단은 인지적 유연성의 수준이 증가하였으며, 비유연한 움직임 집단은 인지적 유연성의 수준이 감소하였다. 특히 사전에 측정한 두 집단 간의 인지적 유연성의 차이보다 사후에 측정한 인지적 유연성의 차이가 큰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비유연한 움직임 전후의 인지적 유연성 차이가 유연한 움직임 전후의 인지적 유연성보다 큰 효과를 지녔다. 결론적으로 체화 인지 이론에 근거한 각각의 움직임 형태는 인지적 유연성에 유의한 영향이 있음이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