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예술에 있어 알레고리는 작품을 통해 작가와 관객 간의 상호작용을 유도하고, '보는 작품'이 아닌 '읽는 작품'으로 내부 반응을 일으킨다. 본 연구자는 점토를 하나의 조형 언어로 보고 물성을 통한 알레고리적 표현을 시도하였다. 이에 현대 예술에 큰 영향을 준 크랙 오웬스(Craig Owens, 1950-1990)의 알레고리론에 따라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의 시간성을 차용하였고, 병렬적 구성과 축적의 표현 그리고 장소 특수성을 바탕으로 도자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였다.
추상적인 시간성을 점토로 조형화하기 위해 시간성과 점토의 알레고리 간극을 탐구하였다. 점토의 특성에 따른 가소성, 우연성, 소성 결과를 '마음 씀'의 과정이자 본래적인 존재를 발견하는 단계로 구체화하였다. 이에 도자에서 금기되는 실패를 의도해 불완전한 형태를 도출하고, 그것을 본래적 가치로 전환하여 알레고리 텍스트를 완성하고자 하였다. 알레고리적 구조를 위해 형태는 면, 구, 선으로 지정하였으며, 면은 존재, 구는 기물 위에 올라가는 물체로 존재에게 영향을 주는 요인, 선은 변화로 인해 드러난 실체로 규정하였다. 본 연구는 5가지 표현방식으로 접근하여 다음과 같은 알레고리 텍스트를 도출하였다.
첫째, 가압에 의한 균열은 충격을 가함에 따라 더욱 강조되었으며, 이를 통해 얻게 되는 각기 다른 결과물을 병렬 구조로 배치하여 무엇이 본래적 존재인가 하는 실존적 가치에 관해 물음을 제시할 수 있었다.
둘째, 존재론적인 시간성을 낯설지 않게 접근하여 상호작용을 유도하기 위해 익숙한 형태인 '기(器)'를 선택하였다. 그것을 비틀고 위에 얇은 선을 쌓아 올려 변화 과정을 유도하였으며, 소성 과정에서 형태는 더욱 불완전해졌다. 불에 의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낸 조형에서 미적 가치를 탐구함에 따라 변화 과정 자체로 '가치 있음'을 내포하는 조형 언어를 완성하였다.
셋째, 슬립 먹은 실이 소성으로 인해 소멸하고 점토만 남아 형태를 갖추게 됨을 소멸이 완전히 사라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본래적 가치를 발견하는 경험으로 시간성을 인지하였다.
넷째, 가운데 부분이 뚫려 있는 원기둥 형태 내부 규격과 동일한 높이로 지지대를 세워 소성으로 인한 수축 과정에서 중심부의 수축을 통제하였다. 이에 따른 결과로 중심부에 우연적인 트임과 굴곡이 발생하였다. 끝내 견고하게 형태를 유지하는 원기둥처럼 변화에도 불구하고 '본래적 자신을 잃지 않는 존재'를 고찰할 수 있었다.
다섯째, 무소성(無燒成) 기물이 깨지고 물과 접촉하여 무너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장소 특수성을 표현하였다. 기물이 외부 접촉으로 무너지는 것을 소멸이 아닌 다시 점토가 되어 새로운 형태를 갖추게 되는 과정으로 해석하여 본래적 존재로 전환됨을 표현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도자의 물성으로 알레고리 텍스트를 구성하기 위해 다양한 표현을 시도하였다. 이에 시간성을 차용하고 점토의 변화 과정과 연결해 조형화하고 미적 가치를 탐구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변화가 가치로 전환되어 전달되길 바라며 향후 후속 연구에서 재료와 물성을 통한 알레고리 표현이 확장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