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DMZ 접경지역의 생태자원을 보존하면서 지역 문화와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DMZ 생태평화관광'의 모델과 이론을 제시하고자 시도되었다.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개발과 보전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갈등이 계속되어온 DMZ 접경지역의 관광 현상과 발전전략, 주민 의식 등을 비교·분석해 DMZ 관광의 지속가능성을 탐색해보았다. 연구의 공간적 범위로는 인접 접경지역으로 유사한 지리적 특성과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서로 다른 관광형태를 보이는 경기도 파주시와 연천군을 선정하였다.
구체적인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DMZ 접경지역 관광의 중심적인 현상은 무엇인가? 둘째, DMZ 접경지역 관광의 중심현상을 발생시키는 원인은 무엇인가? 셋째, DMZ 접경지역 관광의 중심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상황이나 조건은 무엇인가? 넷째, DMZ 접경지역 관광의 중심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중재적 조건 또는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다섯째, '개발을 통한 활성화'와 '보전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서로 다른 목표와 비전을 추구하는 파주시와 연천군의 지속가능한 DMZ 관광 모델은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가?
자료 수집과 분석방법은 질적 연구 중 근거이론을 적용해 수행하였다. 즉 현장 관찰과 문헌 연구, 심층 인터뷰를 통하여 DMZ 접경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관광자원·관광 현황·지역주민의 환경보전과 개발 관련 의식 등의 자료를 폭넓게 수집하였다. 이 가운데 핵심적인 자료는 DMZ 접경지역 관광 관련 경험이 있는 주민과 관광해설사, NGO 활동가, 관광업 종사자, 생태전문가, 공무원 등 20명의 연구참여자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수집되었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DMZ 접경지역 관광의 중심적인 현상은 '보전과 개발을 둘러싼 갈등·대립'과 '관광객의 프로그램 만족도'로 파악되었다. 둘째, DMZ 접경지역 관광의 중심현상의 원인으로는 '분단 접경지역의 특수성'과 코로나19로 촉발된 '관광 패러다임 변화' 등이 제기되었다. 셋째, DMZ 접경지역 관광의 중심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상황이나 조건으로는 '생태 보전 위기'와 '지역민의 태도', '정부/지자체의 관광정책' 등으로 나타났다. 넷째, DMZ 접경지역 관광의 중심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중재적 조건으로는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예산과 프로그램 운영', '지역 특색 맞춤형 정책 등 정부/지자체의 역할', '관광시설의 적정성 평가', '방문 동기 및 유인성'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어 대응 전략으로는 '인적자원 보강'과 '관광자원 콘텐츠화'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다섯째, DMZ 접경지역의 지속가능한 관광모델로는, 파주의 경우 지역주민의 적극적·주도적 참여를 통한 생태환경보전과 적정한 수준의 개발, 지역 내 균형발전을 통한 장기적 활성화 모델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 연천의 경우는 관광 자원화 개발과정에서 생태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관광콘텐츠와 프로그램 만족도를 높여 관광객의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주와 연천지역은 군사지역의 특수성으로 인해 외부적 변화 요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지나친 군 통제력의 영향을 받는 등 여러 가지 제약 요소가 존재하지만, 그로 인한 장점도 공존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즉, DMZ 관광은 분단 상황으로 인한 군사 대치 현장의 긴장감, 생소함과 전쟁이 빚어낸 비극이라는 묵직한 의미를 반추해볼 수 있으며, 희소성과 낯선 체험이라는 여행의 본질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대와 달리 DMZ 관광은 여전히 안보 메시지만 전달하거나 고유한 생태·평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살리지 못해 관광객들은 DMZ 관광을 통해 새로움이나 평화의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개인 취향, 개별 체험을 중시하는 관광 트렌드의 변화로 개별 관광상품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DMZ 관광도 이 같은 패러다임의 전환에 발맞춰 버스 투어 위주의 단체관광에서 내 발로 걸으며 생태평화를 직접 체험하는 소규모 여행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속가능한 DMZ 생태평화관광이 되기 위하여 정부/지자체의 역할과 주민 주도적 프로그램 운영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편일률적인 관광정책이 아니라 지역 특색에 맞는 맞춤형 관광정책을 수립하고 기존에 시설·건물 위주로 편중된 정부의 관광 관련 예산은 지역주민에게 실제 혜택이 돌아가도록 조정되어야 한다. 또 범정부 차원의 독립적인 중앙기구를 설치하여 정부 부처·지자체 간 경쟁적인 중복 투자와 난개발을 막고 한반도 DMZ 전역에 걸친 일관성 있고 장기적인 DMZ 종합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DMZ 관광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DMZ 생태 자원이 온전하게 보전되어야 하며 관광 전략도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현장의 관점에서 DMZ 관광의 중심현상을 분석하고 지속가능한 생태평화관광의 모델과 이론을 제시하였다는 측면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성이 있고, 이론적 시사점을 갖는다. 또 지속가능한 DMZ 관광을 달성하기 위해 각 지역의 맞춤형 전략이 필요함을 밝혔다는 점에서 실무적 시사점을 갖는다. 본 연구의 결과는 조사 대상지뿐만 아니라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DMZ 접경지역 전역의 지속가능한 생태평화관광정책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