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공공성 회복과 공적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는 한국교회에 적합한 공공신학 모델을 검토하고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특히 개혁주의 공공신학 담론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두왕국론에 주목하여 역사적 맥락과 현대적 재해석을 살펴봄으로써 한국교회가 처한 사회 정치적 상황에 적합한 공공신학 모델인지 평가하며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첫째, 현재 한국교회의 공공성 담론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이지만, 그럼에도 공론장에서 종교의 역할과 책임이 대두되면서 한국교회의 이론과 실천에 있어서 공공신학은 점차 그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공공신학은 크게 '보편성으로서의 공공신학'과 '교회됨으로서의 공공신학'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두 관점은 서로 배척하고 대립하기보다 상호보완적 관계 속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공공신학은 한국교회가 교회됨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다원화된 세상으로 나가 사회적이고 문화적이며 정치적인 책임을 감당하도록 촉구하는 학문이어야 한다.
둘째, 아우구스티누스의 두도성론으로부터 중세의 양검론과 종교개혁시대의 두왕국론은 교회와 국가가 맺는 다양한 방식, 즉 대립과 갈등, 협력과 조화의 난해한 역사를 보여준다. 두왕국론은 종교개혁 당시 혼란해진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모색되었다. 이런 이유로 두왕국론은, 남한과 북한의 분단과 대치 및 정치와 종교 분리의 헌법적 원칙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를 위한 공공신학 모델로 검토될 가치가 있다. 특히 제네바 종교개혁자 칼빈의 두왕국론은 교회와 국가를 구분하면서도 교회개혁을 통해 사회의 변혁을 이루고자 의도되었다.
셋째, 한국 근대사의 초기에 기독교는 공적이고 사회적인 종교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해방 이후, 한국사회에서 이념적 대립이 격해지고 권위주의적이면서 비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국교회는 정교분리의 가면 뒤에 숨어 정작 정교유착으로 이득을 보았다. 한국개신교회의 급격한 양적 성장 이면에는 불의하고 왜곡된 정치 이념을 교회가 침묵하거나 정당화해준 부끄러운 역사가 도사리고 있다. 한국교회가 처한 복잡한 사회문화정치적 상황은 칼빈의 제네바 종교개혁과 많은 부분에서 유사한 양상을 보여주며, 그런 이유로 칼빈의 정치신학 모델인 '수정된 두왕국론'은 한국교회에 가장 적합한 공공신학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성과 및 중요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를 공공성의 상실과 공적 책임으로부터의 후퇴에서 찾고 그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였다. 둘째, 한국교회의 위기를 극복해 가는 데 있어 적합한 모델로 아우구스티누스부터 루터를 거쳐 칼빈까지 이어진 정치신학 모델인 두왕국론을 지정하고 분석하였다. 셋째, 한국교회의 사사화를 극복하는 공공신학 담론과 실천을 보수적인 교회가 취하는 하나의 선택지가 아니라 교회의 교회됨을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로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