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남아시아 국가들의 FDI 정책과 그 성과를 살펴봄으로써 FDI 유입이 이 국가들의 경제 발전에 어떠한 기여를 하였는지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FDI 유입이 이 국가들에서 임금 및 생산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실증 분석함으로써 단순히 양적인 유입 성과를 살펴보는 것을 넘어서서 질적인 기여 측면을 평가하고자 했다.
본격적 분석이 시작되는 두 번째 장에서는 남아시아 국가들의 FDI 정책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보고 FDI 유입 규모, 주요 수혜 산업, 현지국 투자 기반 등을 살펴보았다. 이 국가들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해외 수출시장이나 해외 자본 유치와 같은 대외지향적 경제 발전 전략보다는 국내 경제 발전에 집중하는 내수지향적 경제 전략을 추진하였으나 1990년대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전략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FDI 유입 규모가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낮은 편이며 저임금 활용 이익이 기대되는 제조업 대신 서비스산업으로의 유입이 지배적이다. 제조업의 경우 중국으로 국제 자본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FDI 유입 규모가 작은 것은 제도적 병목 현상, 잘 작동하지 않는 거버넌스, 부족한 사회기반시설, 부적절한 정책 추진과 지역 내 정치적 불안정에 기인한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남아시아 국가들은 자신들이 가진 비교우위조차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장에서는 방글라데시 기업들과 외국계 기업들 간에 나타나고 있는 임금격차 현상의 원인을 추정해 봄으로써 기술 수준, 기업 규모, 노동자 특성 등 기업 간 임금 격차를 야기할 수 있는 요인들을 감안한 이후에도 외국계 기업이 더 많은 임금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해 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방글라데시를 대상으로 이러한 분석을 시행한 최초의 연구로서 세계은행(World Bank)의 기업조사 데이터를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다른 국가들을 분석한 선행 연구들이 외국계 기업들의 임금 프리미엄은 기업 특성 및 노동자 특성에 대부분 기인하기 때문에 이러한 요인들의 영향을 제거하고 나면 임금 프리미엄이 거의 사라진다고 분석한 것과 달리, 본 논문은 이러한 요인들의 영향을 제거하고 난 이후에도 방글라데시 기업과 외국계 기업 간에 임금 격차가 여전히 상당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때 외국계 기업의 정의는 외국계 자본의 지분이 10%이상인 경우로 정의하였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방글라데시의 외국 기업들이 동일한 자질의 근로자에게 국내 기업보다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더 나아가 외국자본의 지분이 많아질 때 임금 프리미엄 현상이 더 강한지를 분석하였으나 그렇지는 않다는 결과를 얻었다. 또한 임금수준이 동일한 기업 집단에 대해 외국계 기업이 더 많은 임금 프리미엄을 주는지 Quantile Regression을 수행한 결과 서로 다른 임금수준 집단에서 외국계 기업이 더 많은 임금을 주는 것을 발견하였으나 임금수준이 높아질수록 임금 프리미엄이 커지는 것은 아니었다. 두 개의 추가적 분석의 결과는 선행연구들의 분석과 일치한다.
네 번째 장에서는 FDI 유입이 남아시아국가들의 총요소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먼저 Malmquist 생산성 지수를 사용하여 남아시아 국가들의 총요소생산성을 측정하고 이를 가지고 FDI가 총요소생산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정하였다. 그 결과 기본 추정법인 고정효과모형 추정법에 따르면 FDI가 이 국가들의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대부분 유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FDI의 생산성 파급효과가 발생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이 국가들의 외국기업이 가져오는 기술의 흡수 역량이 부족한 것, 특히 인적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FDI만큼이나 생산성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인 인적 자본은 그 자체로도 생산성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실증 분석되었다는 점에서 FDI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남아시아 국가들은 고학력 노동력이 매우 적을 뿐 아니라 고등 교육의 질은 표준 이하이다. 따라서 고등교육의 양적, 질적 향상과 정부 교육 지출의 증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한편 내생성을 통제한 후에는 FDI가 양(+)의 영향력을 유의하게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모형의 변화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에서 FDI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게 양(+)이라고 판단 내리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