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17세기 조선의 주자학을 선도했던 동춘당(同春堂) 송준길(宋浚吉, 1606-1672)의 서예작품 중 간찰서예를 중심으로 연구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동춘당의 한문간찰과 한글간찰의 서체를 분석하여 간찰에 드러난 미적 요소와 그에 내재된 서예풍격을 조명하였다.
동춘당 가문에서 소장한 여러 필첩에는 그의 서예작품과 간찰이 상당수 남아 있다. 그 가운데 몇 점을 선별해서 분석한 결과, 넉넉한 결구와 유려한 필세 및 유연한 연면 필의가 두드러졌다. 특히 동춘당의 해서는 언제나 행서의 기운이 서려 있어 운필과 필획의 흐름이 돋보이며, 종획의 날카로운 기세가 있는 반면에 묵직하게 끝맺기도 하고, 혹은 구(句)획의 다양한 획법에서 유려함과 변화의 멋을 볼 수 있다. 특히 필획의 강약(强弱), 대소(大小), 비수(肥瘦)의 절묘한 조화와 필세의 다양한 변화에서는 행초서의 유려한 역동미가 두드러진다.
능숙한 한문서예 필법을 토대로 서사한 동춘당의 한문 및 한글 간찰은 자간의 연결과 필맥의 흐름이 뛰어나다. 단자결구(單字結構)가 거의 없는 그의 간찰은 행초서의 장법과 마찬가지로 자간보다 행간이 넓고 결체의 태세변화와 더불어 상하좌우의 호응관계에서 자연스런 변화를 유도했다.
동춘당 간찰서예의 특징은 행서와 초서의 필법에 뿌리를 두어 유려하면서도 강직한 선비의 풍격이 서려있다. 특히 한글간찰은 17세기 한글서체의 특징인 궁체가 정립되기 이전의 시대적 경향이 나타나는데, 한글 세로획은 효종의 부인인 인선왕후 글씨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기필(起筆) 부분이 참정형(斬頂形)의 묵직하고도 날카로운 형상을 띠고 있으며, 수필(收筆)부분은 길게 내려서 유연함을 보이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동춘당의 한글 간찰서예는 17세기 왕실 여성의 한글서풍이 엿보이는 한편 사대부 특유의 한글서체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