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격언 중, 지금은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더 멀리 간다(Alone we go faster, Together we go further)'는 말이 있다. 이것이 하브루타를 나타내는 데 가장 적합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도서관에, 독서실에 앉아 학습 내용을 달달달 외우는 것은 가장 빠른 공부방법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대화하며 공부하는 하브루타야 말로 학습 내용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함으로써 집단 지성을 발휘하고, 개인이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하브루타 러닝을 중학교 1학년 국악 감상 수업에 적용하면서 학생들이 작성하고 주고받은 질문의 내용 및 종류를 분석하고, 수업이 이루어지기 전과 후에 하브루타 러닝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즉, 교수-학습 지도안을 구성하면서 내용측면에서는 국악 감상을, 방법 측면에서는 하브루타 러닝을 선정하여 연구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COVID-19 등으로 인해 교실에서의 교수-학습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한 의사소통의 매개체인 온라인 학습에 대해서도 연구하였다.
그 과정은 먼저, 음악 교육에서의 연구 흐름을 살피며 연구 주제를 설정한 뒤 연구의 방향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하브루타 러닝의 특징을 적용한 교수-학습 지도 방안, 중학교에서의 국악 및 감상 교수-학습 지도 방안, 온라인 학습 환경에서의 교수-학습 지도 방안 등에 대한 앞선 연구들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하브루타 인식 조사 설문지와 교수-학습 지도안 및 학습 자료를 개발하고 학교 현장에서 수업을 실행하였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수업 중 작성한 활동지와 수업 전·후에 작성한 하브루타 인식 조사 설문지를 분석하면서 학생들에게 하브루타 러닝이 효과적인 교수-학습 방법이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하브루타 러닝을 적용한 국악 감상 수업은 중학교 1학년 성별 분반 4개 학급 총 112명을 대상으로 총 6차시에 걸쳐 실행하도록 계획하였다. 본격적인 하브루타 러닝 수업에 앞서 하브루타 러닝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조사 설문을 실시하였다. 이후 1차시는 하브루타 활동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간단한 질문을 만들어보고, '청소년을 위한 국악 관현악 입문'의 악기별 설명과 연주를 듣고 '수업 중 친구 가르치기 하브루타' 활동을 진행하였다. 2차시는 악기군 별, 연주 형태별 설명과 연주를 듣고 '질문 중심 하브루타' 활동을 진행하였다. 3차시는 독주, 병주, 합주 등 국악의 다양한 연주 형태를 비교하며 감상하고 '비교 중심 하브루타' 활동을 진행하였다. 4차시는 국악의 다양한 형식에 대해 간단하게 짚어본 후 한배에 따른 형식인 산조와 연음 형식인 수제천을 중심으로 '친구 가르치기 하브루타' 활동을 진행하였다. 5차시는 정악, 민속악, 의식음악, 창작국악 등 국악의 다양한 종류에 대해 짚어보고, 각 종류에 속하는 악곡을 감상하였으며, 국악의 보존 및 발전에 대한 입장을 '전통 양식의 원형을 유지하며 보존하고 계승한다.'와 '다양한 음악과 결합하며 퓨전, 크로스오버 등의 현대적인 모습으로 발전시킨다.' 의 두 가지로 나누어서 짝과 '논쟁 중심 하브루타' 활동을 진행하였다. 6차시는 이전 차시 학습을 통해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출제하고 짝과 서로의 문제를 바꿔서 풀어보는 '문제 만들기 하브루타'활동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총 6차시에 걸친 수업을 모두 진행한 이후에 하브루타 러닝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조사 설문을 다시 한 번 실시하였다.
1차시에서 6차시에 걸친 교수-학습 활동 과정을 관찰한 것과 학생들이 작성한 활동지를 분석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이 질문을 만들 때 점점 유창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둘째,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셋째, 남학생 학급보다 여학생 학급에서 질문이나 반박의 내용이 더욱 풍부하였다.
한편, 학생들이 하브루타 러닝을 적용한 수업을 경험하기 전과 후에 실시한 하브루타 인식 조사 설문지를 분석한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악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는 다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학생들에게 하브루타 러닝은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생소한 학습 방법이었다. 셋째, 학생들은 하브루타 러닝을 통한 자기 효능감 향상에 약간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음악 수업의 특징을 고려해볼 때 하브루타 러닝의 적용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첫째, 수업 중 하브루타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 태도를 관찰해보았을 때, 거의 모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둘째,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협업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셋째, 국악과 하브루타 러닝을 접목한 수업이 기존의 교수-학습 방법과는 색다른 방법이었기 때문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들이 많았다. 넷째, 하브루타를 적용한 음악 학습 활동에 재참여 할 의사를 밝힌 학생의 수가 그렇지 않은 학생의 수보다 많았다. 다섯째, 음악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어휘력의 향상이나 교우관계 형성 등 다른 부가적인 요소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다수 있었다.
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연구를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원격으로 이루어지는 교수-학습 환경 구축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그에 대한 ICT 활용 교육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무선 인터넷 환경 구축 등의 교실 학습 환경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블록타임제 등을 실시하여 더 여유 있게 활동 시간을 부여할 수 있는 경우, 학생들이 직접 자료를 검색하면서 함께 질문을 해결하도록 하거나 '교사와의 쉬우르' 단계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진행한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넷째, 학생들이 하브루타 러닝에 적응하는 단계를 고려하여 하브루타 러닝을 적용한 음악 학습을 조금 더 장기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음악 학습 효과에 대한 평가에서 설문조사를 통한 학생 개개인의 주관적인 판단뿐만 아니라 타당성과 신뢰성 있는 객관적 평가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절한 평가도구 개발이 필요하다. 여섯째, 국악 교육 중에서도 감상 영역 뿐 아니라 다른 영역이나 영역 간 통합 교육에도 하브루타 러닝을 적용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악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고취시킬 수 있는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이 개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