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조선에 온 선교사들은 그들이 접했던 조선에 대한 사전지식과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종교적 시설이나 의식(ritual)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선에는 실질적이고 주도적인 종교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조선인이 매우 종교적 성향이 강한 민족이라는 것과 유불선 및 무속신앙 등 다양한 종교적 배경 아래에서 영향 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헐버트(Homer B. Hulbert), 존스(George H. Jonse), 기포드(Daniel L. Gifford), 게일(James S. Gale) 등 많은 선교사들은 한국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였으며, 이를 선교와 교육에 적극 활용하였다. 특히 기포드(Daniel L. Gifford)와 게일(James S. Gale)은 각각 조선의 문화적 표현을 담은 『복음요사』와 『텬로력뎡』을 번역하여 초기 학당의 교재로 사용하도록 하였다.
이 글은 선교사들이 조선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간행한 초기 기독교 교육 자료를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당시 조선인들이 기독교 복음을 이해하는 방식이 어떠했을지 확인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이 글에서 검토하고자 하는 『복음요사』와 『텬로력뎡』은 1895년 같은 해에 출판되어 배재학당과 이화학당 등 초기 기독교 학교에서 성경을 교육하기 위한 교재로 사용되었다. 교재를 번역한 두 선교사는 조선의 문화와 종교, 풍속 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조선인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내용을 번역하였으며, 초기 조선인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기독교의 교리를 드러내는 부분도 확인된다. 따라서 이들 자료들을 검토하는 것은 초기 조선인들의 종교적 인식과 그 인식 안에서 기독교 복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는지 확인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먼저 개화기 조선인의 내면을 형성하고 있는 종교적 인식을 살펴보고, 각 교재에서 확인되는 조선의 문화적 및 종교적 인식을 고려한 표현들과 기독교의 주요 교리를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검토하였다. 또한 조선인의 입장에서 기독교 복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먼저 이해하고 수용하여야 할 교리적 전제 4가지를 제시한 후, 이러한 관점에서 초기 학생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전통 하에서 교재를 통해 어떻게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였을 것인가에 대하여 역사적·종교적 인식 상황을 고려하면서 추론해 보았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초기 조선인 학생들이 가진 다양한 종교적 인식과 복음의 이해 사이에서 확인되는 유의할 만한 기독교 교육적 영향관계와 이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현지의 문화와 종교적 인식을 고려한 교육의 필요성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