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요한계시록 21-22장에 나타나는 에스겔서의 성전과 예배 모티프를 통해 새 예루살렘의 상징적 의미와 기능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요한 저자는 자신이 본 환상을 기록함에 있어서 직접적인 인용형태가 아니라 간접적인 암시와 반향의 형태로, 에스겔이 사용했던 다양한 어휘들을 사용하고 있다. 요한계시록과 에스겔서는 어휘적인 차원에서 연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데, 이러한 어휘와 구조의 관련성은 필연적으로 양자 사이에 주제적 차원에서도 깊은 관련성을 갖게 한다.
요한계시록 21-22장의 새 예루살렘 환상 안에 담겨져 있는 에스겔 모티프에 관한 연구는 새 예루살렘 환상에 나타나는 '성전' 모티프와 '예배' 모티프의 기능과 의미를 더욱 부각시켜준다. 계시록에 반영되고 있는 에스겔서의 성전 모티프는 구속사적 계시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요한계시록과 연속된 의미와 기능을 가지며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을 통해 확장되고 성취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에스겔 40-48장의 새 성전이 당대의 독자들에게 새 성전의 회복에 대한 소망을 부여하고 우상 숭배의 죄악에서 돌이켜 성도의 거룩한 삶을 끝까지 인내할 것을 권고하는 기능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요한계시록 21-22장의 새 예루살렘 환상도 당대의 소아시아 교회들에게 거룩한 성전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상기시키며 악의 세력에 타협하지 않도록 하는 동기부여의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한편, 요한계시록 21-22장의 새 예루살렘 환상은 에스겔서의 예배 모티프와 연관하여 예배자 그룹과 우상숭배자 그룹의 삼중적 대조구조를 제시함으로써 참된 예배와 우상숭배라는 거짓예배의 이중적 예배 모티프를 부각시킨다. 그리하여 새 예루살렘 환상은 황제의 권력 아래에서 우상숭배의 유혹과 박해의 상황에 놓여 있는 1세기 소아시아 교회의 성도들에게 참되게 예배해야 할 대상을 제시하며, 이 땅의 참 주인인 창조주 하나님과 구속자 예수 그리스도만을 바라볼 것을 촉구하는 기능을 한다.
궁극적으로 요한계시록의 새 예루살렘 환상에 사용된 에스겔 모티프는, 요한계시록이 결론으로 제시하는 새 예루살렘 환상이 상징하는 바가 거룩성이 회복된 성도들의 예배 공동체임을 강하게 부각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