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지방자치단체 인권정책의 초석이 되는 인권 조례가 국내에서 어떻게 제정되어 왔고, 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원인을 검토하고, 서울특별시 금천구의 인권 조례 제정 과정을 분석하여, 인권 조례 제정의 다양한 요인과 그에 대한 함의 및 제언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인권조례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은 크게 지역중심 연구, 일반론적 연구, 조례 및 인권정책에 대한 제언이 있다. 각각의 연구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인권 조례 활성화를 위해 '조례제정 운동', '조례의 내용' 등을 분석하여 향후 인권조례 제정 또는 개정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인권정책 전반에 대한 제언을 통해 지방자치단체 인권정책 활성화에 기여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된 자료들은 최근에 나타난 인권정책 반대 단체의 '집단행동'이라는 요인에 대한 분석이 없고, 또 조례 제정 과정을 상세하게 조사한 연구 수가 매우 적다. 조례 과정을 분석한 몇 개의 논문에서는 주민이 중심이 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고, 대다수가 전문가나 행정부 및 의회에 의해 추진된 내용만이 확인될 뿐이다. 따라서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한 금천구 인권 조례 제정 사례에 대한 연구는 최근의 동향과 인권환경을 반영한 것으로 기존의 연구를 보완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주로 논문, 실태조사 자료, 언론보도, 각 부처 회의록 등의 문헌자료를 통해 진행되었으며, 인권실현의 전통적인 방법인 '기준이행 접근방식'과 '조건형성 접근방식'이 결합된 '통합적 접근법'을 통해 조례 제정 과정 전체를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 분석한 인권 조례의 제정 현황은 2020년 9월 기준으로,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는 모두 인권 조례를 제정하였고, 기초의 경우 226곳 중 103곳(46%)이 인권 조례를 제정하였다. 조례 제정의 흐름을 살펴보면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 조례 제·개정 권고 이후 5년간 2016년 10월까지 71곳의 지역에서 인권조례가 탄생하였다. 그러나 2017년부터 현재까지 4년간은 28곳의 지방자치단체만이 조례를 제정하여 확산속도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천구의 주민 참여형 인권 조례 제정 사례를 통해, 조례 제정 요인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민중심의 인권 거버넌스 구축이다. 금천구는 인권조례 제정과정에 주민이 인권을 직접 공부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민 중심의 거버넌스를 구축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구 의회, 학계, 국가인권위원회 및 서울시 인권담당관과의 거버넌스 구축하여 조례 제정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
둘째, 금천구의 조례 제정 과정은 '조례 제정'이라는 목표 달성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자력화를 통해 함께 성장하고, 직접 정책에 참여함으로써 인권이 실현될 수 있는 개연성을 높이는 것 또한 소홀하지 않았다.
셋째, 지역사회 자력화를 통해 인권인식 공동체를 형성한 것이 조례 제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역에서 진행된 다양한 인권교육을 통해 지역 주민과 공직자들은 인권역량을 강화할 수 있었고, 이들은 각각의 자리에서 인권독서 동아리 형성, 학부모 인권역량 강화 교육 등을 기획해 자주적으로 인권의식을 확장해 나갔다.
넷째, 인권에 우호적인 정치 환경 또한 조례 제정 요인으로 작동했다. 인권에 우호적인 단체장의 선출은 실질적으로 인권 정책이 구에서 시작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마찬가지로 인권에 우호적인 의회가 구성되면서 조례안이 원활하게 의결되는데 도움을 주었다.
결론적으로, 금천구 인권 기본 조례 제정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정치사회적 변화 보다 지역사회의 자력화가 조례제정에 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조례 제정 요인의 분석결과에 따라, 본 연구에서 논의되고 제안된 결론은 아래와 같다.
첫째, 금천구 인권 조례 제정과정은 조례 제정을 목표로 하는 것과 동시에 자력화를 통해 인권이 지역에서 실현될 개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이는 인권실현의 통합적 접근법에 가깝다.
둘째, 이러한 방식은 결과적으로 인권이 향유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조례 제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주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권 조례를 제정할 수 있었으며, 향후 참여 주민을 중심으로 내실 있는 인권정책을 도출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주민들의 직접 참여는 '직접행동'을 통해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실현에 기여하였다.
넷째, 위의 세 가지 의의로 미루어 볼 때 금천구의 사례는 타 지방자치단체의 인권정책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지방자치단체가 인권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법과 규범을 제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권이 실현될 수 있는 개연성을 높이는 여러 조건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또한 주민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인권정책은 주민을 중심에 둠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지역의 인권역량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