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 등장 이후 젠더의 고정관념은 더욱 과감히 해체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원주의는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으로 발전하였다. 페미니즘은 여성해방운동으로 시작하여 3세대 이후부터 타자에 관한 관심과 더불어 퀴어 이론과 많은 교차점을 지니며 발전해 왔다. 미셸 푸코의 에피스테메와 고고학, 계보학, 윤리학으로 이어지는 주체 이론은 그가 페미니즘과 퀴어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젠더에 대한 발전적 시각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현재, 젠더 플루이드와 같은 젠더 규범의 해체와 다양성의 표출은 새로운 주체의 등장으로 가속화되며 이들은 젠더 플루이드를 포용하고 라이프스타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양한 젠더 플루이드 현상은 사회문화 전반에서 나타났고 동시에 특히, 자신의 개성과 젠더 정체성을 가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패션 분야에서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본 연구는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젠더 플루이드 관련 현상이 일어난 배경을 에피스테메와 관련지어 파악하고 패션에 나타난 젠더 플루이드의 특성을 유형화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에피스테메로 나타난 젠더 플루이드 패션 디자인을 개발하는데 젠더 플루이드의 실천적 의미를 담은 독창적인 패션 스타일을 제시하는 데 연구의 목적을 둔다.
본 연구의 방법은 푸코의 저서를 바탕으로 푸코의 에피스테메, 주체 이론과 젠더 플루이드에 관한 국내외 전문서적, 학위논문 및 학술지 논문, 뉴스, 전시 등 관련 인터넷 웹사이트를 참고 분석했다. 선행 연구과 패션 사례분석은 2010 S/S ~ 2020 F/W 시즌으로 범위를 한정 지었다. 사례분석은 국내외 패션 매거진, 패션 컬렉션 웹사이트과 삼성디자인넷과 같은 트렌드 분석 전문 웹사이트 자료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를 토대로 하여 에피스테메로 나타난 젠더 플루이드 패션 디자인 작품 6점을 실물로 제작하였다.
본 연구는 에피스테메의 개념과 주체 이론의 이론적 배경을 고고학, 계보학, 윤리학 순으로 살펴보았고 젠더 플루이드의 개념, 분류를 연구함으로써 젠더 플루이드 현상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자 하였다. 2010년 이후 발표된 젠더 플루이드 관련 선행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젠더 플루이드 패션의 특성을 이질적 결합, 섹슈얼리티의 긍정적 표출, 유희적 확장으로 도출하였다.
첫째, 에피스테메로 나타난 젠더 플루이드 패션에서 이질적 결합은 남성적 이미지와 여성적 이미지가 한 스타일에서 함께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젠더 이분법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의미를 모색하는 것이며 선, 색상, 소재에 있어서 서로 다른 요소의 조화와 남성 의복에 여성적 디테일을 더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둘째, 에피스테메로 나타난 젠더 플루이드 패션에서 섹슈얼리티의 긍정적 표출은 기존 관습과 규범의 위반과 젠더와 신체의 긍정적 인식으로 나타나는 실천적인 주체적 태도이다. 이는 시스루 소재의 과감한 활용과 가죽, 버클과 속옷의 겉옷화 등의 페티시 스타일로 표현되었다.
셋째, 에피스테메로 나타난 젠더 플루이드 패션에서 유희적 확장은 자신의 내적 감정에 집중한 결과 젠더의 유동성을 신체 실루엣의 왜곡을 통해 다양화된 개성과 젠더 정체성을 표현되었다. 이는 과도한 장식, 퍼프 슬리브와 퍼프숄더로 나타났다. 개인의 심리와 취향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탈부착, 드로스토링 디테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젠더 플루이드 패션 디자인을 전개하고자 컬러, 소재, 실루엣, 디테일 조합에 주안점을 두었다. 작품 구성은 이질적 결합의 특성을 반영한 작품 2점, 섹슈얼리티의 긍정적 표출 특성을 반영한 작품 2점, 유희적 확장의 특성을 반영한 작품 2점으로 총 6점으로 제작하였다.
본 연구는 에피스테메로 나타나는 젠더 플루이드 패션 디자인 작품에서 개인이 내면의 감정에 집중하고 이를 인정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의식을 창의적이고 새로운 패션 디자인으로 연계하였다.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나타나는 젠더 플루이드 현상을 에피스테메를 통해 나타난 사회 상호작용의 결과로 파악하여 젠더에 관한 다양하고 폭넓은 접근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후속 연구에서는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는 젠더에 대한 분석과 패션 디자인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또한, 본 연구가 젠더 플루이드에 대한 이해와 함께 젠더와 성을 둘러싼 경계와 이분법적 사고를 허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