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와 평신도를 막론하고 한국천주교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오래전부터 제기해 온 이른바 '위기 담론'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해마다 발표되는 교회 통계들이 한국천주교회의 위기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으며, 한국천주교회 구성원들이 현실에서 체험하는 여러 징후들도 이러한 위기 담론의 타당성을 더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해 다양한 응답이 가능하겠지만, 본 논문은 '중심주의', 곧 '성직자 중심주의'와 '로마 중심주의'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였다. 다시 말하면 '중심주의'가 한국천주교회의 쇠퇴를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위기의식의 발로(發露)로서, 한국천주교회 안에 존재하는 '중심주의'를 다각적으로 성찰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회론적 전망을 내어놓으려 하였다. 이를 위해 본 논문에서 채택한 방법론은 '맥락 신학'과 '상관관계의 방법'을 통한 '신학하기'였는데, 이러한 방법론은 현실과 이상의 대화를 통한 신학적 응답을 도출하기에 용이하고 신학과 다양한 학문의 통섭을 통한 실천적 신학을 기획하기에 용이하다. 이러한 방법론에 따라 구성한 본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II장에서는 한국천주교회가 처한 현실을 여러 통계 자료를 통해 진단하였다. 그 과정에서, 먼저 한국천주교회의 삶의 자리인 대한민국이 탈종교화사회라는 점을 확인하였다. 또한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한국천주교회가 보이는 객관적인 위기 징후들을 분석하였다. 더 나아가 그러한 위기의 원인들을 분석하고 가장 주요한 원인이 이른바 '중심주의'라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III장에서는 현대의 교회 문헌들이 중심주의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특히 교회가 나아가야 할 이상향을 어떻게 제시하고 있는지 확인하였다. 이를 위해 보편교회 차원에서는 『교회 헌장』 과 『복음의 기쁨』 , 지역교회 차원에서는 『한국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의안』 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이 문헌들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론과의 연장선상에서 성직자 중심주의와 로마 중심주의에서의 탈피, 곧 '탈중심화'(decentralization)를 공통적으로 권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IV장에서는 한국천주교회의 현실에 다시 시선을 두었다. 사회학의 관점, 특히 종교사회학·역사사회학의 관점과 피에르 부르디외의 사회학 개념들을 활용하여 한국천주교회의 중심주의를 분석하였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현재 한국천주교회 안에 형성되어 있는 성직자 중심주의와 로마 중심주의가 여러 가지 복잡다단한 사건들을 계기로 점점 고착화되어 온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V장에서는 중심주의라는 '현실'과 탈중심화라는 '이상' 사이에 놓인 한국천주교회를 위한 전망으로 '상생 교회론'을 기획했는데 이러한 기획은 크게 세 단계로 이루어졌다. 첫째, '상생'이 관계적, 역동적, 위타적 개념이라는 점을 토대로 유비적 신학 언어로 '상생'을 채택하였다. 둘째, 경직된 중심주의의 관계에서 살아있는 상생의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교회의 기원과 실존과 목적에 연결되는 조직신학적 원리들을 새롭게 제시하였다. 그리하여 '페리코레시스적 일치를 기초로 하고, 하느님 나라를 동반자적 관계로 실현해 나가며, 형제애에 기초한 참여와 책임의 자세로 함께 걸어가는 하느님의 백성'을 '상생하는 교회'로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 상생 교회론을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제언들을 내어놓음으로써 한국천주교회가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생동감 넘치는 교회로 거듭나는 데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하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를 성장하게 하는 것이 '매력'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위기에 처해있는 한국천주교회가 '매력있는 교회'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본 논문은 '탈중심화'를 그 답으로 제시하였다. 한국천주교회는 경직된 관계성이 아니라 유연하고 개방적인 관계성을 가진 교회의 모습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며, 수직적 관계성이 아니라 수평적 관계성을 가진 교회의 모습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초대 교회 신자들이 서로를 부를 때 사용했던 '형제자매'라는 호칭, 그 호칭 안에 담긴 '가족적 사랑'을 교회의 핵심정신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 '가족적 사랑'이 교회 구성원들의 영혼을 관통할 때, 그리하여 한국천주교회의 모든 하느님 백성이 서로의 동반자가 되어 함께 걸어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새로운 매력을 가진 한국천주교회, 생동감 있는 한국천주교회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