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불화는 종교화가 가지는 도식적이고 일관된 틀 안에서 화려한 채색기법과 섬세한 붓 놀림으로 작가의 예술성을 지향하면서 종교의 본래 목적인 숭고함을 극대화시켰다. 고려불화에 비해 일견 단순화되고 대중적인 느낌을 주는 조선불화는 불교안에서의 동질성은 유지하면서 민중에게 보다 친숙하고 포교적인 내용을 현실적 괴리감 없이 전하고 있다. 대부분의 종교미술이 그렇듯 종교화는 작가의 개성이나 정신의 표현방식을 자유로이 구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시대를 앞서가기 보다는 전통을 따르고 그 방식을 고수하면서 해당 종교가 전하고자 하는 일관된 교리를 나타낸다는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고려불화와 조선불화는 종교화라는 목적에서 채색기법이나 안료의 사용에 있어서 확연한 차이점을 보이지는 않는다. 고려불화가 원색의 무기안료를 혼색 없이 쓰면서 일부 개인이나 지배층을 위해 조성되었다면 조선불화는 기존의 무기안료에 유기안료를 사용하면서 혼색이 많아 지고 다양한 문양들이 패턴화 되면서 단순화된다.
고려불화가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빛과 어둠에 있다. 고려불화의 바탕색은 어둡거나 염색을 검게한 경우도 있다. 안료는 광물성 무기안료의 사용과 경우에 따라 염료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무기안료가 주를 이루고 금니를 이용한 채색을 한다. 혼색과 중첩색을 피하고 원색의 무기 안료와 금니를 사용해서 광물입자들이 빛을 받아 반사와 산란을 하게 된다. 이 빛이 퍼지면서 공간감을 만든다. 배경의 어두운 색과 대비되면서 깊이감을 주고 신비한 정숙함과 숭고함을 주는 것이다.
조선불화는 바탕이 희거나 밝다. 광물성 무기안료와 식물성 안료가 같은 비율로 쓰이고 혼색이 많고 중첩색도 다양하다. 이는 채도와 명도를 떨어뜨리고 바탕과 안료에서의 빛이 사라진다. 이러한 빛을 찾아 오색구름과 오색광명 등의 화려한 채색이 더해진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그림은 평면적이고 명확한 반면 깊이감이나 신비감은 고려불화에 비해 약해진다. 그러나 더 대중적이면서 친숙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