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은 웹에서 열람하는 디지털 만화이다. 이 말인즉, 웹의 구조를 따르는 만화라는 것이다. 고대 벽화나 문자에서부터 기원한 만화는 그 당시 구조적 환경에 기인해 발생되었다. 돌에서 벽화, 가죽에서 종이 그리고 웹 브라우저와 웹툰 어플리케이션까지 그 터를 옮긴 만화는 대한민국에서 웹툰이라 명명된다. 본 논문은 종이만화의 영향을 지속하면서도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실험하고 있는 웹툰의 미학을 연구하고 이를 작품 제작을 통해 실험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웹툰은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발생된 디지털 만화의 한 형태로, 붕괴된 만화 시장과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이라는 특수한 환경 위에서 탄생하였다. 웹툰의 세로 스크롤 형식은 웹 브라우저의 특성에 기반하여 발전했는데, 이는 종이만화의 구조적 발전 사례로 그 유추 연구가 가능하다. 종이만화는 과거 벽화를 위시한 고대만화가 함유했던 가로적 연속성을 제책으로 인해 분절 당했지만, 책이 가지는 Z형 읽기 구조를 흡수하며 연속성을 다시금 취득한다. 페이지에 가로막힌 연속성을 읽기 약속으로 재접합한 것이다. 그 접합 과정에서 칸과 칸새 그리고 말풍선을 발견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미학들을 만들어 냈다. 더불어 종이만화는 칸과 칸 사이의 묘미, 페이지 완성적인 예술성을 동반하며 역시 존재했던 비예술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불식시켰다. 또한 종이만화의 연출과 문법은 현재까지도 통용되며 이견 없는 만화의 고유 가치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종이만화의 미학은 책과 같은 구조 안에서만 발휘된다. 웹툰에서 종이만화의 미학은 변화의 요구에 직면했다.
웹툰은 웹 브라우저가 가지는 구조적 특징들을 수렴했다. 우향의 Z형 읽기 구조는 페이지가 없는 웹 브라우저 안에서 세로 하향의 연속된 Z형 구조, 즉 I형으로 변모하였다. 종이만화가 그랬듯 웹툰 역시, 읽기 양식의 변화를 야기한 웹 브라우저의 속성들은 웹툰의 미학으로 사유되기 시작했다. 웹 브라우저에서 전용 어플리케이션까지, 웹의 즉각성은 웹툰으로 하여금 독자들에게 간편하면서 즉시적인 경험을 제공했고, 스콧 맥클라우드가 제시한 무한 캔버스는 웹툰 안에서 세로 방식으로 무한성이 유지되었다. 또 스크롤은 독자와 동시적인 흐름을 공유하는 나타남의 미학과 칸과 칸 사이의 여백의 미학을 창출했다. 본 연구자는 즉각, 나타남, 여백을 세 가지의 세로 스크롤 웹툰 미학으로 상정하여, 그에 따른 연출 가능성을 살펴보고 작품 제작에 실험하였다. 나타남을 통한 칸과 여백의 유기적 구성은 독자의 집중을 관리하며 즉각성이 가지는 독자 집중을 지속시키려 시도했고, 영화적 효과를 차용해 독자들이 즉각적으로 웹툰을 조작하여 내러티브를 신체적, 감각적으로 체화하도록 표현하였다. 더불어 여백은 나타남 사이에 위치하여 이완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이 집중력을 잃고 이탈하는 것을 방지했다.
세로 무한의 속성으로 인해 종이만화와 같은 시선의 도약 없이 웹툰을 연속적으로 구성할 수 있었으며, 인물 간의 스테이징이나 칸 초월 연출에도 이점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또한 나타남은 세로 파노라마 혹은 영화적으로 연출될 수 있었다. 칸 간 생략과 도약으로 독자들의 상상력을 주된 동력으로 하는 만화의 문법 위에서, 적재적소에 독자 긴장을 야기할 수 있는 영화적 연출의 차용은 웹툰에서 용이하게 표현될 수 있었다.
여백은 웹툰에 이르러 더 이상 공간空間이 아니었다. 여백은 때에 따라서 칸과 같이 하나의 캔버스로 규정되어 또 다른 차원을 표현하는데 운용될 수 있었다. 또한 여백은 독자의 숨통으로, 독자 긴장을 이완시키며 서사의 다음 단락으로 출발하기 전 안락한 베이스캠프로 활용될 수 있었다. 또한 여백의 연출은 말풍선과 의성어·의태어를 자유롭게 방생하는 촉진제가 되기도 했다. 칸의 구속을 뚫고 칸 위에서 혹은 여백 위에서 독자적으로 구성되는 말풍선과 의성어·의태어는 극의 흐름을 윤활히 연결시키고, 웹툰의 미적 도구로도 쓰일 수 있었다. 〈도축〉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웹툰의 세 가지 미학적 특성을 실험하여 연출하였고 웹툰 고유의 미학을 구현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일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