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장기입원 중인 정신의료기관 내 정신장애인의 가족들이 입원이 장기화됨에 따라 어떠한 심리적 변화를 경험하는지 살펴보고 그 보호부담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오랜 기간 논의되어 온 정신장애인의 탈원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은 물론, 당사자의 입원·퇴원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가족들의 어려움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족들의 경험을 풍부하게 다룰 수 있는 질적 연구방법을 채택하였고, 의도적 표집방법을 통해 가족원의 입원 일수가 지난 2년간 1년(365일) 이상인 6명의 연구 참여자를 선정하였다. 또한 당사자의 입원과 관련한 경험을 가장 풍부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가족구성원을 선정하였는데 대부분 보호입원 시 입원 동의자이거나 현재 자의입원일지라도 주로 보호를 담당하며 자주 면회를 오는 가족 구성원으로 선정하였다. 마지막으로 장기입원의 이유가 경제적 부담 완화로 귀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보장 유형에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의 비율을 균형있게 선정하였다.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통한 자료 수집을 진행하였다. 질적 연구의 의미 단위, 패턴, 범주, 주제 분석 과정에 따라 전 과정에서 지속적 비교방법을 통해 분석을 진행하였다.
연구 결과 도출된 범주에 따르면 장기입원자 가족의 장기입원 경험은 홀로 고군분투하며 체념해나가는 과정이었다. 가족들은 입원 전부터 당사자들과 함께 지내오며 다양한 어려움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였다. 당사자의 발병과 동시에 그들은 정신장애인의 가족으로 살아오면서 자, 타해 위험을 가장 가까이에서 겪으며 정신의료기관에의 입원을 선택한다. 입원은 그 자체로 불편한 경험이었다. 정신과 병동에 대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폐쇄된 환경으로의 입원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고통의 시간이었다. 또한 퇴원 이후 수차례 부딪힌 재발의 위기 속에서 가족들은 노심초사하며 재입원을 결정하거나 입원을 연장하기에 이르렀다.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족들은 양가감정에 시달렸다. 그 이면에는 당사자의 동의 없는 입원이라는 불편함이 가족들을 괴롭혔으나 경제적, 심리적으로 나아지는 경험들이 있었다. 당사자는 장기간 입원으로 근로능력 상실 후 의료급여 수급자가 되거나 장애 등록을 하여 경제적 부담이 감소하였다. 또한 금전적 손해, 무단 이탈, 폭행, 위법 행위 등 여러 문제에 휘말리며 속 썩이던 당사자의 뒷감당을 덜 하게 되면서 심적으로 한결 편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오랜 기간 입원은 병동 환경에 대한 불만을 느끼거나 점차 무기력해지는 당사자를 지켜봐야하는 점에서는 안타까운 경험이기도 하였다.
입원을 지속할수록 가족들은 안도감과 안타까움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가족들은 퇴원 후 당사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봐야하는 데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미 자신들의 가정을 꾸리고 있어 돌보기 어렵거나 생계를 위한 근로 활동으로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이는 당사자들을 '돌봐야하는 존재', '혼자서는 생활할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을 가정하였지만 결국 장기간 입원으로 생활상의 기능이 퇴행하였거나 무기력을 학습한 결과일 수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민폐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퇴원을 주저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그 가족들에게도 당사자를 위한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이 되고 있었다. 이는 지역사회 내에서 이들을 위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 일 수 있다. 정신재활시설의 양적 부족은 이를 반증하고, 결국 가족들이 정책적, 사회적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본 연구결과에 따른 본 연구의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당사자의 장기입원에 많은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가족들을 대상으로 연구하여 그동안 쉽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장기입원자의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을 듣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둘째, 장기입원을 통해 보호할지라도 사회적 지원 없는 맹목적인 입원 유지는 가족들의 정신건강 또한 크게 위협할 수 있음을 드러내었다. 셋째, 입원 요건 강화만으로 탈원화 효과는 미비함이 드러났다. 넷째, 가족들은 대부분 지역사회 자원에 대한 이해조차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당사자와 가족이 활용 가능한 풍부한 지역사회 자원의 양적·질적 확대가 밑받침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다섯째, 당사자에 대한 낙인은 곧 그 가족에 대한 낙인이며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의 삶의 질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임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