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우리나라의 공공부조 중 대표적인 의료급여제도는 빈곤과 질병에 있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차원적인 문제 혜결보다는 엄격한 선별 기준에 의해 선정된 수급자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라는 기준으로 지원되고 있었다. 특히 의료비 재정지출의 증가를 의료급여수급자들의 의료 쇼핑과 도덕적 해이라는 프레임에 의해 과다 의료비를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 안에서 자본주의 시장 경쟁 체계내에 있는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의료급여수급자들의 경험을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을 이용하는 의료급여수급자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의료급여수급자의 의료기관 이용경험 분석을 위한 연구방법으로는 질적연구방법을 선택하였다. 성바오로병원을 이용한 의료급여수급자를 심층면접 참여자로 선정하여, 총 10명에 대한 인터뷰를 수행하였다. 총 10명에 대한 심층면접자료는 '귀납적 주제분석'으로 분석하였다.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성바오로병원은 동대문구에서 70여년동안 서민을 진료한 의료기관으로써 서울 소재의 의료기관 중 의료급여환자 이용률이 월등히 높았다. 성바오로 병원 이용경험과 이용경험을 촉진.방해하는 요인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먼저 병원이용경험에서 볼 때, 의료급여수급자들은 성바오로병원을 경험하기 전에 바닥의 순환을 체험하였다. 이들은 경제적 바닥, 육체적 바닥, 병식 부제의 바닥, 의료제도로부터의 바닥의 순환을 홀로 견디며 살아가고 있었다. 먼저, 이들이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성바오로병원을 이용하면서 삶의 내적 안정감을 획득하는 경험을 하였다. 병원은 바닥의 순환으로 삶이 의미를 잃은 수급자들에게 비빌언덕이 되었고 병원의 지원 연계로 진료비도 해결되면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의료진들의 환자를 중심으로 한 진료와 상세한 설명과 환대를 경험하면서 중심에 선 자신을 느끼게 되고, 마음의 위로를 받으면서 안정된 일상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수급자들은 타인을 향하여 개방할 수 있었다. 이들은 가난과 질병으로 단절되고 위축된 마음이 치유되면서 타인을 신뢰,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타인을 향한 행동화를 통하여 새로운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었다. 이들은 자신이 받은 배려와 사회적 지지를 돌봄이 필요한 가족이나 이웃과 사회에 기여하고자 결심하고 행동화로 실천하는 나눔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성바오로병원 의료이용을 촉진하는 요인으로는 첫째, 지역사회 내에서 주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공공의 성격을 지닌 의료시설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성바오로병원은 공적부조정책의 체계가 정립되기 이전인 1946년부터 무료시약소 운영을 시작으로,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한 자선진료와 함께 저소득층의 노인과 의료취약자인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가정, 미혼모가정 등과 같은 의료복지 사각지대의 주민을 위한 의료비 지원과 건강증진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둘째, 환자중심에서의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하여 교직원들 특히, 의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 병원 교직원간의 가족적이며 역동적인 조직문화는 권위의식이 강한 의사들의 마인드를 동화시켜서 환자를 중심으로 한 진료가 더욱 체계적이고 구체적 개선되었다. 그리하여 의료인으로서의 소명의식과 봉사정신을 실천함으로써 환자는 의사를 신뢰하고 의사는 환자 중심으로 치유함으로서 적정한 진료를 가능케 하였다.
셋째, 가톨릭의 병원으로서 이윤추구를 너머 생명존중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 중 의료적 상황에서 더 이들을 위한 의료복지를 자발적으로 시행하였다. 병원의 설립이념과 CMC의 영성을 실현하고자 호스피스병동을 운영, 가정간호사 파견, 장기 투석환자를 위한 설비 구축과 의료비 감면 등을 실행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성바오로병원은 교통이 편리하여 의료시설 접근성이 용이하다. 다수가 노인이고 거동이 불편함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는 의료급여수급자들에게 병원 이용 접근성이 매우 용이하다.
성바오로병원 의료이용을 방해하는 요인으로는 새로 부임한 신규 교직원들의 불친절함을 경험하는 경우 이들을 피하거나 병원을 이용하지 않는다. 또한 병원 주변의 재개발로 이전을 위하여 첨단의료시설과 장비를 충분히 갖추지 못하여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가 갖는 함의는 첫째, 의료급여환자들의 과다의료이용은 자신의 질병을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해 주는 병원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본다. 둘째, 빈곤과 질병의 상태에서 성바오로병원을 이용한 의료급여수급자는 의료진과 직원과의 관계를 통해 사회적 지지망을 얻고 사회적 관계가 회복되는 경험을 하였다. 세 번째, 의료급여수급자의 상급종합병원 이용률이 건강 보험가입자보다 낮은 것은 복잡하고 세분화된 진료과정에서 설명의 부재와 불친절함으로 상급종합병원 이용을 꺼리고 있었다. 네 번째로 성바오로병원은 병원이용이 필요하나 경제적 어려움, 보호자가 부재한 독거노인, 행려자, 미등록 외국인 등의 어려운 사정을 헤아리고 차별없이 치료하고자 모든 부서가 협업하였다. 다섯번째로 모든 교직원들 간에 가족적인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환자 중심의 서비스가 정착되어 전인치유를 실현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를 통해 시장경쟁 체제에 있는 의료현장에서 수급자를 위한 의료복지제도 마련과 병원의 의료서비스 질 개선책을 마련하는데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가톨릭의료원의 영성을 내재화하고 실천하는 조직문화를 통하여 환자를 중심에 둔 생명의 봉사자로서의 사명 실현에 대하여 실천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함을 제언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