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학교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교육 현안으로 볼 때, 그것은 교육 본연에서 멀찍이 비켜난 일이었다. 학교 비정규직 파업, 일명, '학교급식 대란'으로 일컬어졌던 대규모 집단행동은, 2012년 이후 다섯 번째였다. 그에 따른 반향도 컸다. 그만큼 찬반론이 분분했고, 견해 차이도 확연하게 달랐다. 그들이 거리로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학교 내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그들을 거리로 나서게 했을까? 그들의 요구는 한결같았다. 근무 여건 개선과 고용안정, 그 외침이 절절했다. 이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연구자는 학교 비정규직의 일상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근무실태와 갈등 양상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정부가 '교원업무경감 차원'의 명목으로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면서 학교 현장에는 비정규직이 급격히 늘었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증가할수록 임금·복지 후생 등 근로조건은 그 격차가 커진다. 또, 고용 불안과 임금 등에서 차별적 대우와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화 된다. 이는 곧바로 양극화를 부추기고, 사회 안정화의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
이에 본 연구는, 학교 비정규직의 근무실태와 차별 양상에 초점을 맞추었다. 학교는 연구자가 근무하는 곳이기에 연구주제를 파악하기에 적합한 현장이다. 그래서 본 연구는, 면접을 통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현장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면담을 통해서 교내 비정규직이 구조적으로 차별받는 원인을 찾아보고, 근무환경이 어떻게 위협받는지 학교 비정규직의 입장에서 살펴보았다.
연구 활동 중 면담은 총 12회 실시되었는데, 면담 대상자들의 인적 특성은 해당 업무에 최소 5년 이상 20년 정도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경력자를 선정했다. 그들과 사전에 충분한 친교(rapport)를 형성한 후, 면담을 진행하였으나, 의도했던 대로 면담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학교 비정규직의 경우, 일반 교직원과 달리 개별적인 만남에 어려움이 많았다(이는 그들의 근무 조건과 무관하지 않았다. 계약관계가 불안하니 괜히 학교관리자들에게 눈밖에는 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한데도 면식이 트이자 그들의 일상을 술술 담아냈다. 면담은 최소 30분 이상 진행하였다.
면담을 통해서 볼 때, 대부분의 학교 비정규직의 고민은 고용 불안과 낮은 임금이었다. 그 단적인 예로, 조리종사원의 경우, 1년 차나 10년 차나 임금이 차이 없이 똑같았다. 또한, 학교 현장의 정규직과의 심각한 차별행위,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학교 비정규직들의 직무만족도와 몰입도는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었다. 전체 교직원의 40%에 이르는 학교 비정규직이 열악한 근로조건과 고용 불안에 낙담하는 상황에서 공교육의 개선은 기대할 수 없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담보할 수 없다.
현안 학교 교육 문제는 산 넘어 산이다. 하지만 학교 비정규직 문제는 어쩌면 그보다 선결해야 할 과제가 된 지 오래다. 학교 비정규직 문제는 반드시 학교에서 해결해야 한다. 가장 인간적이고 교육적이어야 할 학교에서, 가장 비교육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대로 놔두고 우리 교육을 말할 수 없다.
2019년 현재, 학교 비정규직의 근무환경은 많이 나아졌다, 그렇지만 그들은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는다. 그런데도 그들은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면서도 그 고충을 애써 참고 견디며 일한다. 만약 학교에 비정규직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 상황은 불 보듯 빤하다. 대혼란이다.
연구 결과, 학교 업무종사자들의 근무실태 파악은 물론, 학교 현장의 요구와 어려움, 근무상황을 공유하게 되어 향후 학교 업무종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리라 기대된다. 그런데도 본 연구는 면담 대상자들의 근무 여건에만 국한하여 들여다봄으로써 많은 한계점을 드러났다. 비단 학교 비정규직이 많은데도 급식소 조리종사원과 교무실무원들에게만 주목했기에 다른 직종의 실태를 두루 살펴보지 못했다. 이와 같은 점은 다른 연구자들의 몫으로 남겨 둔다.
또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합의 조직과 활동, 그 역할이 학교 비정규직에 미치는 영향 전반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였다.